김정은은 권력 장악 이후 핵 무력을 바탕으로 적화 흡수통일의 야욕을 보여왔다. 2013년 ‘조국통일대전’의 승리, 2021년 ‘영토완정(領土完整)’의 제기, 2023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천명했다. 영토완정은 핵 무력을 이용해 한반도를 무력 통일한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군정대학 방문이 한국의 총선 결과와 교감을 이룬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래서 김정은의 전쟁 준비 발언이 여당의 참패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총선 기간에도 김정은의 적화통일 야욕은 지속됐다. 4월 초 핵 무력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전략무기 5대 과업의 일환인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전략무기 5대 과업은 극초음속미사일, 다탄두 유도무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개발이다. 5대 과업은 2026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3개 과업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의 탄약과 현물 제공’과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 맞교환으로 북한의 5대 과업 완성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야당 출현으로 북한의 대남공작 공간이 더욱 확대될 것 같다. 친북 성향 의원들의 국회 대거 진입으로 북한의 연성 적화 흡수통일 기회가 늘었다. 전략무기 5대 과업은 경성의 적화 흡수통일을 위한 수단이다. 이처럼 북한은 연성의 대남공작과 경성의 5대 과업이 결합해 적화 흡수통일의 공간을 넓힐 것이다. 북·중, 북·러의 밀착과 신냉전 시대 전개, 북·일 회담 추진 등 안보 지형도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 환경이 아니다.
분단국은 모두 자기 주도로 흡수통일을 하려는 야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입증된 역사다. 북한의 흡수통일 수단은 핵 무력이고 한국의 수단은 경제력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에 기반한 흡수통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왔고 한국의 자유에 기반한 흡수통일은 온갖 빌미로 폄훼돼 왔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상이한 체제가 합의해 통일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오도해 왔고, 대화로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기망해 왔다. 매우 잘못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핵에 기반한 북한 주도의 흡수통일을 막아내고 한국 주도의 자유 통일을 완성하는 것은 오래된 숙제다. 우선 자강과 동맹을 강화해 자유 통일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통일 자강의 핵심 요소는 경제력, 군사력, 정신력, 외교력이다. 남북한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군사력은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이 더 우위에 있다. 2016년 4차 핵실험 후 한국의 군사력은 100, 북한은 130으로 평가된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은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통해 보완하고, 한·미·일 핵 개발 공조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통일 필요성과 통일 의지가 점점 약해지고 희박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의 의식 속에 침잠된 친중 편향의 소중화(小中華), 안보 위협을 미국이 극복해줄 것이라는 미국 의존 해결론을 청산하고 통일 의지를 결집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흡수통일 야욕을 저지하고 자유에 기반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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