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은 온몸에 가시가 돋아있는 인물이다. 짜증스럽고 못된 성격을 지녀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고, 주변 사람에게 분풀이하기 일쑤다. 겉으로는 유쾌하고 강한 체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처와 나약함이 숨겨져 있다. 평생을 이용당하며 살아온 탓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고 성전환수술에도 실패하자 남편에게 버림받았다. 17세 소년 토미와 사랑에 빠지지만, 헤드윅의 몸을 보고서는 도망친다.
사랑받지 못한 그가 이야기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헤드윅이 부르는 노래에는 인생에 대한 충고와 응원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버려진 살아온 그가 희망을 가지라고 노래하고, 자기 몸을 혐오하고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세상 누구보다 멋진 나’라고 소리 지른다.
터무니없는 모순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공연의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헤드윅은 자신을 상징하는 가발과 화려한 드레스를 갑옷을 벗듯 한 꺼풀씩 벗어던진다. 눈부신 의상 속에 감춰져 있던 발가벗은 몸을 드러내고 자신을 해방한 순간이다. 트랜스젠더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단지 성소수자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거칠게 연출된 무대가 가공되지 않은 듯한 매력을 더한다. 낡고 버려진 차들이 쌓여 있는 폐차장과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헤드윅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오리진 오브 러브(Origin of Love)’ 음악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투명한 스크린 위에 그림이 얹어져 무대 위에 물감이 둥둥 떠다니는 광경이 펼쳐진다. 어린 헤드윅이 손수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끄적인 듯한 구불구불한 그림이 어설프면서도 시적이다.
헤드윅 속에서 부글대던 슬픔과 흥이 폭발하는 순간 거칠고 순수한 열기가 극장을 뒤흔든다. 객석 팔걸이에 올라가 골반을 이리저리 흔드는 파격적인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록스타처럼 객석을 오가며 노래한다. 헤드윅의 캠핑카가 열리는 순간 휘황찬란한 가발과 의상이 마치 극장 안에 아침 해가 뜬 듯 객석을 눈부시게 밝히고 관객은 환호한다.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 용암처럼 진득하고 뜨겁게 끓는 음악이 헤드윅과 관객의 아픔을 보듬는다. 공연은 6월 23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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