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본토를 겨냥해 ‘맞불 보복’을 감행한 뒤 확전보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양국 모두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며 출구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대국 영토를 직접 공습했다는 점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서 중동 정세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엿새 만인 19일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했다. 양측이 본토를 공습했지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공격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9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어젯밤 일어난 것은 공격도 아니었다”며 “그것은 ‘장난감’에 가까운 것이었고, 드론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평가절하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선을 그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감행할 경우 최고 수위의 응징을 감행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도 이번 공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확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했다고 해석했다. 확전 가능성을 낮추되 이란의 급소를 찔러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 새벽 이란 나탄즈 인근 방공 시스템에 손상을 가했다. 공습 당시 이스라엘이 발사한 무기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 나탄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 제조 공장이 있다. 미국 군 고위 당국자는 ABC방송에 “이스라엘군은 제한된 작전을 펼치면서도 이란의 가장 중요한 자산(핵무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벼랑 끝에서 돌아섰지만 양국 관계는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 영토를 공격하지 않는 금기가 깨졌기 때문이다. 당장 갈등이 심화하지 않더라도 둘 중 한쪽이라도 상대방 의도를 오판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메리사 쿠르마 중동 담당 국장은 AFP통신에 “두 적대국 간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사건”이라며 “역내 여러 국가에 전면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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