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의정(醫政) 갈등이 계속되면서 올해(2025학년도) 대입에서의 의대 정원과 합격선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의대 증원 규모에 따라 수험생 지원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 이공계 학생 상당수가 의대로 몰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학들은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설립을 늘리는 추세다.
의대 증원 규모는 2000명? 1000명? 0명?
21일 기준 정부와 의료계를 비롯해 국립대 총장단과 전국 의대 학장들이 내놓은 입장을 종합하면 경우의 수는 △2000명 증원 △1000명+@ 증원 △정원 동결 세 가지다.기존 입장은 정부 측 2000명 증원, 의료계 정원 동결이다. 여기에 최근 국립대 총장들이 일종의 ‘중재안’을 내놨다. 증원 규모의 50~100% 범위에서 자율 모집하는 내용이 골자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최소 1000명 이상 증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의대 학장들은 이날 대정부 호소문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이후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당장 고3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마저 안갯속이 된 영향이 크다. 각 대학들은 다음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모집요강을 공고한다. 그러려면 당장 이달 안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최종 모집인원을 제출해야 한다. 의대 정원을 확정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채 열흘도 안 된다는 얘기다.
"열흘 안으로 의대 모집인원 윤곽 나와야"
당초 정부가 공언한 2000명의 절반 수준인 1000명만 늘어나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이공계 학생 절반 이상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대 쏠림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종로학원은 의대 모집정원이 1000명 늘어나는 경우 지난해(2024학년도) 각 과목의 등급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와 대학별 합격 점수를 따져봐 이 같이 예측했다. 1000명 증원일 땐 SKY 이공계 학생의 61.8%, 2000명 증원의 경우 78.5%가 의대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의대 합격선도 예년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점쳤다.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여 대학들로서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공계 최상위 학과도 의대 선호 심화 후폭풍을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 이슈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최초 합격자의 92%가 등록을 포기했을 정도다.
의대 이탈에도…대기업 계약학과 설립 '붐'
대학들은 대기업 채용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설립에 적극적이다. 연세대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디스플레이융합학과를 운영한다. 고려대도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스마트모빌리티학과(현대자동차) 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 3개 계약학과가 있다. 성균관대는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공학과·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한양대(반도체공학과)와 서강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함께 계약학과를 설립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과기원들 역시 삼성전자 채용 연계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다.이외에도 숭실대 정보보호학과는 LG유플러스, 가천대 클라우드공학과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은 삼성전자와 각각 계약학과를 설립해 모집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인해 상위권 대기업 계약학과의 경우 의대 중복합격으로 인한 이탈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이들 학과는 취업이 보장되고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어 각 대학 내에선 최상위권 이공계 학과 합격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순수 이공계 지원 수험생들의 학과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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