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용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를 만드는 앱코(ABKO) 오광근 대표는 코로나19 유행기만 생각하면 지금도 치를 떤다. 앱코 실적은 PC방 업황에 영향 받는다. 이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PC방 영업이 제한돼 앱코 매출은 반토막 났다. 2년간의 적자 늪을 딛고 앱코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해 부활의 날개를 폈다. 오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가 게이밍 기어 시장이 살아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앱코는 국내 PC방 게이밍 기어 점유율 약 90%에 달한다. 오 대표가 개발 초기 전국 PC방을 돌며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반영한 결과다. 그는 “PC방에서 사용자가 음식물을 쏟을 때마다 키보드를 바꿔야하는 것이 PC방 사장들의 고민이었다”며 “최초로 완전 방수·방진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게이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자 앱코는 블리자드(디아블로),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등과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스마트 기기 무선화 바람은 게이밍 기어 시장에도 불고 있다. 오 대표는 “무선은 유선에 비해 고가인데도 소비자들은 15만~20만원의 키보드를 사기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연다”며 “우리가 특허를 갖고 있는 무접점키보드(전기회로 전압 변화를 측정해 키가 눌렸는지 감지하는 방식의 저소음 키보드)는 오피스 시장에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앱코 사업의 또 다른 축은 공공 조달이다. 앱코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스마트 패드 충전 보관함(패드뱅크)을 만들어 공급한다. 오 대표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확대되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특허를 냈다”며 “각 교실에 한 번에 30개의 랩탑을 충전할 때 과부하 되는 전기를 나누고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저가 입찰에 맞추기 위해 안전은 등한시 한 일부 업체와 차별화 한 부분이다. 공공 사업에서 성과가 나면서 앱코는 지난해 매출 990억원, 영업이익 21억원을 거뒀다.
오 대표는 1995년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용산전자상가 컴퓨터 부품 수입사에 취직했다. 바닥부터 기본기를 다지며 컴퓨터와 주변기기 산업 생태계를 익힌 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2020년 코스닥시장 상장까지 이뤄내자 업계에선 그를 ‘용산전자상가의 신화’라고 부른다. 오 대표는 “미국 아마존까지 진출했지만, 코로나 때 공급 문제가 생겨 물러난 상황”이라며 “지난해 재정비한 만큼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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