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두 분야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양자컴퓨터 기술력이 AI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은 없다. 반대로 AI는 실수를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있지만 복잡한 계산에는 취약하다. 이 둘이 힘을 합치면 인류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양자컴퓨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불안정한 양자비트(큐비트)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팅은 비트에 기초한 기존 컴퓨팅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진전은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컴퓨팅 기업인 퀀티넘과 함께 양자 오류 수정에서 획기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팅 오류 발생 없이 작동하는 논리적 큐비트를 선보인 것이다. 지금은 AI 붐 때문에 벤처캐피털의 양자컴퓨팅 관련 투자가 2~3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지만 양자컴퓨팅이 수년 안에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확률이 높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는 한참 뒤다. 작년 기준으로 양자컴퓨팅 논문은 세계 25위, 양자통신은 18위다. 그런데 더 아쉬운 것은 AI 분야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AI 인덱스 2024’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의 기초가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국가 명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했다. 미국이 109개로 압도적 1위인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아랍에미리트 대만 스위스보다도 뒤진 것은 충격적이다.
우리 운명을 좌우할 AI와 양자컴퓨팅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 관심이 필요하다. 기술 투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제도까지 바꿔 나가는 개혁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대개조 운동이 성공하려면 내부의 자발적이고 강력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외부의 자극이나 소수의 생각만으로는 19세기 조선 말기 갑신정변이나 청나라 말기 변법자강운동처럼 실패에 그치게 된다.
AI와 양자컴퓨팅을 향한 국민적 열망을 높이려면 리더가 명확한 목적과 비전을 제시하고 앞장서서 행동해야 한다. 왜적 섬멸을 목표로 한 이순신 장군의 솔선수범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지도력도 모두 국민의 열망을 극대화했기에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의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지금, 이순신 장군과 히딩크 감독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AI와 양자컴퓨팅 세계 4강을 향해 달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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