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재예방, 시설물관리, 안전보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는 회사가 늘면서 사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사업주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업장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법원은 사업장이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비공개 장소라는 전제에서, CCTV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의 일반적인 개인정보 수집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사업주는 임의로 CCTV를 설치하기는 어렵고, CCTV로 영상이 촬영되는 근로자나 사업장 출입자(하청업체 직원 등)에 대해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결론은 타당한가?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 처리기기(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제25조 제1항).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촬영된 영상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경우로서, 통계값 또는 통계적 특성값 산출을 위한 경우 기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은 경우이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여기서 '공개된 장소'란 공원, 도로, 지하철, 상가 내부, 주차장 등 불특정 또는 다수가 접근하거나 통행하는 데에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장소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 제2조 제11호).
이러한 논리로 특정인들 또는 특정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출입할 수 있거나, 출입이 통제되는 장소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정형 CCTV 설치운영 가이드라인').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회사의 사업장은 출입을 허가받은 임직원 기타 협력사 직원 등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가능한 장소이므로 공개된 장소로는 볼 수 없고, 비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 대법원도 회사의 사업장은 비공개 장소라는 전제에서 정보주체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필요하고 명백하게 근로자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제6호)에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CCTV 설치에 대한 회사의 이익이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이익보다 명백하게 우선하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6호의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CCTV에 따라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이고, 직·간접적인 근로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며, 회사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 회사의 정당한 이익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 처리는 정보주체의 인지가 아닌 명시적 동의를 통해 가능하며, 비록 회사가 정당한 이익(영업비밀 유출 및 도난 방지)을 위해 사무실 내부에 CCTV를 설치·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책상과 컴퓨터 화면까지 24시간 촬영하여 저장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한다고 판단하고 비공개 장소인 사무실에 CCTV를 설치운영하면서 해당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22. 6. 22.자 제2022-011-067호 결정).
국가인권위원회도 시설물 안전 관리나 도난방지 등을 위해 설치한 CCTV를 동의 없이 직원 근무 감시에 사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16진정0959300, 2017. 2. 8.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입장들은 회사의 사업장이 비공개된 장소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한 회사의 사업장은 개인의 방이나 화장실처럼 내밀한 공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업장에서도 1인이 사용하여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필요성이 높은 공간은 비공개된 장소라고 볼 여지도 있겠으나, 사무직들이 모여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실, 생산직들이 모여서 업무를 수행하는 공장 등을 비공개장소라고 볼 수는 없다. 해당 공간은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근태나 업무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언제든지 관찰과 감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근로관계의 본질인 종속노동은 사업주가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동의 과정에 대해 지휘하고 감독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사업주의 지휘감독을 근로관계의 본질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의 상태를 관찰하거나 감시하는 것은 지휘하고 감독하는 것의 전제가 되거나 감독 그 자체이다. 근로자가 어떠한 상태인지, 자신이 명령한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근태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도 이러한 전제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는 노사협의회의 협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1항 14호). 이는 노사협의회의 협의만 거치면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어도 사업장내 근로자 감시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조항이 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입법되기 전에 마련된 규정이기는 하나, 근로관계의 본질을 반영한 조문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이후에는 그 의미를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사업장을 비공개장소로 보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대법원의 입장은 근로관계의 본질을 간과한 것으로, 타당하지 못하다. 사업주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극소수의 근로자들이 반대하는 경우 CCTV를 설치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회사의 사업장은 공개된 장소로 보아야 하고,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을 위한 CCTV설치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개인정보보보법 제25조 제1항 제3호)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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