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혁신 요구 외면"…김웅, 관리형 비대위 비판

입력 2024-04-23 15:36   수정 2024-04-23 15:37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당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하자 "낙선자들의 처절한 혁신 요구를 외면했다"고 23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낙선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 당이 가장 중요하게 들어야 하는 목소리는 낙선자들의 처절한 혁신 요구"라며 "이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당보다는 권력을 따르겠다는 사익 추구행위"라고 썼다.

김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총선 직전 '일 잘하라고 때리는 그 회초리가 쇠몽둥이가 돼서 매 맞은 소가 쓰러지면 밭은 누가 갈고 농사는 어떻게 짓겠냐'고 지지를 호소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읍소해서 살려줬더니, 그 소 팔아 투전판으로 가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지만, 선거 전에 했던 약속을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칠 수 있냐"며 "이러니 범죄자가 장악한 정당에도 매번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을 추천하기로 한 것을 겨냥해 "'한동훈 비대위'를 세울 때 중진 회의, 의원총회, 원로회의 모두 반대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용산의 지시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강행했다"며 "같은 원내대표가 또 비대위원장을 지정하겠다고 하는데, 용산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믿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중진 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조속히 열 수 있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 비대위원장은 윤 원내대표가 내달 3일까지 추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비대위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간 국민의힘에서는 관리형 비대위를 통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과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강도 높은 쇄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관리형 비대위는 중진·당선인들을 중심으로, 혁신형 비대위는 낙선자(원외조직위원장)들을 중심으로 그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관리형 비대위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이내 곧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룰(규칙) 개정을 놓고 또 한 번의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당 대표 선출 방식은 '당원투표 100%'로 규정돼있는데, 일부 수도권 당선인 및 원외조직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최대 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전당대회에서 당원 100%를 유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당원들만의 '잔치'를 운운하기에는 국민의힘이 정치 동아리는 아니지 않냐"며 "국민의힘이 지금 잔치 치를 형편도 아니다"라고 했다. 친윤계 및 중진 의원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만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 후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가면 그때 룰 문제가 공식 테이블에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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