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일대 신 거점 조성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2022년 광진구 능동과 구의동 일대 21만9000㎡의 고도지구 제한이 폐지된 후 2년 만에 이 일대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능동과 구의동 일대는 그동안 1종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고도제한이 풀린 지역의 경우 건물의 최고 높이가 13~16m로 제한됐다. 어린이대공원 주변부가 이처럼 엄격한 고도제한을 받은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어린이대공원은 일제시대부터 골프장으로 사용됐다. 1929년 영친왕이 이곳에 경성골프구락부를조성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골프장은 훼손됐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다시 서울컨트리구락부골프장으로 만들었다. 이 공원의 방문자 센터인 ‘꿈마루’도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개조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골프장이 공원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직후의 나라에서 1950~1970년대 초까지 대통령들이 골프를 마음 놓고 즐기기 위해서는 주변에 고층 빌딩이 없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이 지역 개발이 억제되고 낙후한 주거지역으로 남은 배경이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처음부터 어린이대공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골프장’으로 사용되던 역사가 있다 보니 주변 지역이 불이익을 받았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2040 광진플랜’을 세우고 있는 광진구는 서울시에 고도지구 폐지를 요청했고, 서울시설공단을 통해 대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도 이에 공감했다.
서울시와 광진구는 어린이대공원을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서울시는 대공원을 2025년까지 전면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팔각정과 동물공연장 등 시설물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정원도시 서울’의 핵심 모델로서 다양한 식물을 가꾸고 시민들이 즐기기 좋은 공간으로 다듬어 재개장한다는 구상이다.
두 지자체는 공원 주변부를 뉴욕처럼 고밀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지구 폐지는 그 첫 단추다. 시는 공공개발기획담당관을 중심으로 공원 주변 공공부지를 활용한 재구조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광진구는 이 일대를 주거시설, 업무시설, 상업시설 구분을 헐어서 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어린이대공원 일대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실현하는 모범사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어린이대공원이라는 자원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융·복합 개발을 해볼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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