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중 하락률이 가장 큰 종목은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로 무려 27% 가까이 밀렸다. 이 ETF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에 두 배로 투자하는 종목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도 약 25% 밀려 두 번째로 높은 낙폭을 기록했다.
또 레버리지 종목을 제외하고 보면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17.32%)가 한 달 사이 최대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테슬라 한 종목을 약 20% 담고 테슬라 당일 가격 변동을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들을 또 테슬라만큼 담는다. 나머지 비중은 엔비디아·CATL·AMD 등 전기차와 반도체 상위 기업들로 채우는 식이다.
이들 ETF는 테슬라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직격탄을 받았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41% 넘게 가까이 급락했다. 테슬라는 1분기 판매 부진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약세를 거듭하다 전날 장중에는 1년 3개월 만에 14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또 회사가 저가 전기차 계획을 폐기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부담이 됐다.
지난 주말 단행한 가격인하 방침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테슬라는 지난 20일 미국 시장에서 주력 모델 3종의 판매 가격을 2000달러(약 275만원)씩 낮추고 이튿날에는 중국에서도 모든 모델 판매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65만원)씩 내렸다. 주력 제품인 모델Y는 중국에서 24만9900위안(약 4736만원)으로 할인돼 5년 만에 가장 저렴해졌다.
테슬라는 이날 미국장 마감 직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증권가 예상을 훌쩍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이날 나온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달러(약 29조3102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9% 쪼그라들었다. 테슬라의 분기 매출은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2020년 2분기 이후로는 전년 대비 감소한 적이 없었다. 당초 월가 전문가들은 테슬라 1분기 매출이 5% 줄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마저도 큰 폭으로 밑돈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간밤 미국 증시 정규장에서 1.8% 반등한 채 마감했다. 이후 오전 8시(한국시간) 기준 시간 외 거래에선 테슬라 주가가 11% 넘게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실적보다 청사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날 저가형 차량인 '모델 2' 생산에 속도를 내는 등 신차 출시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50% 넘게 확대하겠다고도 전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은 관련 ETF들을 사모으며 전기차 시장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멀지 않은 때 추세적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란 장기적 전망 아래 '물타기'(저가매수)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한 달간의 수급을 살펴보면 개인은 전기차 관련 ETF 중 순자산총액이 1조원이 넘는 'KODEX 2차전지산업'과 'TIGER 2차전지테마'에 대해 각각 265억원, 45억원어치 순매수세를 보였다. 2000억원 규모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의 경우에도 개인이 211억원 넘는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포털 등의 종목토론방 등에서 개인들은 "어닝콜에서 일론 머스크가 희망적인 말만 하는 게 처음인 것 같다…눈물 난다", "크게 벌기 위해 공포에 산다" 등 의견을 보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1분기 실적 급감에도 저가용 신차 출시 계획, 수익성 경영 발표 등으로 시간외 주가가 10%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2차전지 등 전기차 밸류체인 관련주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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