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면서 팔고 이사 가려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팔려고 내놔도 가격이 너무 낮아 못 옮기는 경우가 눈에 보이네요.”(구로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서남부 아파트 밀집지역 중 하나인 구로구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최근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주변 양천구와 영등포구에서 상승 거래가 나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려는 수요가 몰린 데 따른 하락으로, 현장에선 가격 하락 탓에 매도를 포기한 경우도 나온다고 설명한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마을 전용면적 84㎡는 지난 19일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가(8억원)보다 낮은 거래가로, 2022년 최고가 거래가(10억원)와 비교하면 2억3000만원 하락한 수치다. 오히려 최근 하락 거래가 이어지면서 7억 중반대 매물도 시장에 나온 상태다.
인근 개봉동 현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용 59㎡는 이달 6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전 거래가(6억9000만원), 2022년 최고가(8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84㎡도 2021년 최고가(10억1000만원) 대비 이달 거래가가 7억7900만원으로 20% 이상 하락했다.
고척동 청구아파트도 지난달 전용면적 59㎡가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6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곳으로, 지난해 10월 직전 거래가도 5억6300만원에 기록됐다. 시장에 나온 매물 중 4억원대 매물이 나오고 있어 현장에선 하락 거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도 비슷하다. 주변 양천구 목동·신월동이나 영등포구 양평·문래동 단지는 최근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데, 유독 구로구에서는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생각에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문제는 지금 사는 집을 얼마에 파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3개월간 개봉동에서는 하락 거래가 54건, 고척동에서도 19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목동에서 7건, 문래동에서 12건 발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내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분위기”라며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당분간 늘어날 것 같아 구로구 등 일부 지역 하락세가 더 돋보일 수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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