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주변 건물이나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부동산 업계에서 정설로 통한다. 스타벅스 생활권이라는 의미의 ‘스세권’이란 단어는 일상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스타벅스가 모든 지역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교통 여건이 안 좋은 곳에 스타벅스가 들어설 경우 방문객들이 쏟아져 주변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에겐 골칫덩이가 되기도 한다. 지난 9일 경기 용인시 고기동에 문을 연 스타벅스 ‘고기동유원지점’이 그런 사례다.
스타벅스 고기동유원지점은 고기동 일대를 가로지르는 석기천 변을 따라 편도로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고기로 옆에 위치했다. 풍광이 좋은 데다 카페나 맛집들이 많아 평소에도 분당·판교 등 주변 경기 남부 핵심 도시들로부터 나들이객들이 밀려드는 곳이다. 2021년부터는 5900여가구 규모의 대장지구가 입주해 용인서울고속도로에서 고기동과 대장동으로 진입하는 대장IC2교 등이 만성적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도로 확장 공사까지 더해져 교통 정체를 빚는 와중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총 793.48㎡ 규모에 실내 좌석 160개, 야외 좌석 102개를 갖춘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정식 오픈 전부터 “교통대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 땅값 오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기동 주민들의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스타벅스는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입지 여건을 감안해 총 6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세 곳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침 8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3개 주자창이 모두 가득차기 일쑤다. 더구나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차량들이 유턴을 시도하거나, 아무데나 차를 대는 경우도 많아 고기로와 동천로가 만나는 주변 삼거리 지역은 매일 같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고기동 주민 김모 씨(68)는 “고기동 일대는 그렇지 않아도 주말만 되면 나들이객과 대장동 주민들 차량이 뒤엉켜 진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라며 “주말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무렵에 돌아오는 주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이 스타벅스·경찰·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을 넣고 있지만, 서로 나몰라라 하는 바람에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타벅스가 문을 열자 주변에서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주변 카페에서 만난 한 직원은 “분당·판교 지역 등에 워낙 많이 알려진 핫플(레이스)이긴 했지만, 스타벅스 개점 후 이 지역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면서 “하루 매출이 20~30%는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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