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사기 피해 정보공유 웹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작년 접수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31만2169건, 금액은 2597억824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억1173만원의 피해가 신고된 셈이다. 연간 피해액이 270억원이던 2013년 대비 약 10배 폭증한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들은 사기 신고 규모를 실제 피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치트가 접수한 중고거래 피해자의 81.2%는 10~30대였다. 경찰청이 지난해 벌인 사이버범죄 특별단속(중고거래 포함)에서 검거한 피의자 가운데 20·30대가 71.5%를 차지했다.
경찰은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중고거래로 옮겨가 조직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이 되는 중고거래 사기로 거점을 옮겼다”며 “다른 영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범죄’가 최근 사기 범죄의 새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작게는 개당 수만원짜리 의류부터 100만원을 넘는 골프채가 하루에도 수천, 수만 건씩 거래된다. 인터넷 카페와 개인 간 SNS를 통한 거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규모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중고거래 사기는 피해액이 최소 수천만원에서 시작하는 전세사기와 금융사기에 비하면 소액이 대부분이다. 경찰 수사에서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찰은 전국 250여 곳의 개별 경찰청에 매일 수십~수백 건의 중고거래 사기 고소장이 접수되지만 사건을 ‘미제 처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 간 거래는 민사의 영역”이라며 “상대를 속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2~3년 새 보이스피싱 전문 조직이 중고 거래 사기에 뛰어들면서 양상이 한층 고도화했다. 지난해 서울 서초경찰서에는 “가짜 ‘네이버 안전결제’ 웹사이트에 돈을 보냈다”는 중고거래 사기신고가 50여 건 접수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안전거래’ 방식을 도입하자 범죄 조직이 정보기술(IT) 개발자를 동원해 모방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제품 인증 사진을 조작하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새 전자기기가 출시되듯 범죄 모델도 매년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사기가 금액은 소액이지만 공동체의 신뢰 훼손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지적한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사기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회의 신뢰를 낮추는 범죄인 만큼 소액 사기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철오/안정훈/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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