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태양광 이어 中 의료기기 '국산품 우대' 조사

입력 2024-04-24 21:25   수정 2024-04-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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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에 이어 의료기기 분야에서 '불공정 무역'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방문을 앞두고 무역 문제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24일 중국 의료기기 분야를 상대로 EU 국제조달규정(IPI)에 따른 직권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IPI는 제3국 교역 상대국 공공조달 시장에서 유럽 기업의 접근이 제한되는 등 차별적인 입찰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다. 2022년 8월 IPI 규정이 발효된 이후 직권조사가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행위는 "중국이 의료기기 공공조달 시 구조적으로 자국산 제품을 우대하거나 EU의 입찰 참여를 차별해 심각한 불이익이 초래되고 있다"며 조사 이유를 밝혔다. 중국의 '국산 우선주의' 관행 탓에 공공입찰 시 중국 기업과 EU 등 외국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또 유럽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을 채택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유럽 의료기술과 일자리 유출이 심각하다고 집행위는 판단했다.

집행위는 IPI 규정에 따라 직권조사 기간 우선 중국측과 '차별적 관행' 해소를 위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 조사 기간은 9개월로, 필요시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협상에서 끝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비례성 원칙에 따라 중국 업체의 EU 의료기기 공공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입찰 시 불이익을 줘 '맞불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날 발표는 내달 초로 예고된 시 주석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최근 EU는 중국의 주요 청정기술 분야나 특정 업체를 상대로 직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집행위는 중국에서 EU로 수입되는 전기차 전체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가능한 '반보조금 조사'를, 중국의 일부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업체에 대해선 EU 회원국 공공입찰 참여에서 배제하기 위한 '역외보조금 규정' 조사를 각각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전날에는 네덜란드·폴란드에 진출한 중국 보안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보조금 수령 의혹 관련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주 중국 방문 때 중국이 불공정 경쟁과 덤핑,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유럽은 더 많은 무역 방어막을 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시 주석이 내달 초 EU 회원국인 프랑스, 헝가리 등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각각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EU의 의료기기 조달시장 조사와 중국 보안업체 급습 등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최근 EU가 경제·무역 도구세트와 무역 구제 조치를 발동하는 것은 보호주의의 신호"라며 "겨냥한 것은 중국 기업이고, 훼손하는 것은 EU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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