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뉴스 진행자가 생방송 중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고백하며 피해자들을 응원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지역 방송사인 엘트리스TV 소속 앵커인 후안 페드로 알레아르트가 지난 18일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카날3'에서 30분 동안 자신의 성적 학대 경험담을 털어놓았고, 이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방송 전엔 무서웠지만, 그 후엔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
알레아르트는 "여러분에게 제 얘길 들려드리겠다"면서 여섯 살부터 성적 학대와 폭력 피해를 당했고, 가해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버지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즉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판정을 받은 후 여동생에게까지 성적 학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알레아르트는 그러면서 "저는 그것(성폭력 피해)이 얼마나 굴욕스럽고 당혹스러운 느낌인지 안다"고 성적 학대에서 생존한 남성 피해자들에게 말하면서 "많은 사람이 아내, 자녀, 친구, 상담가에게 털어놓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공감했다.
이어 "치유의 유일한 길은 피해 사실을 말로 표현하고, 얘기하고,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하면서 자신도 경찰에 아버지와 삼촌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알레아르트의 부친은 피소 사실을 알게 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로사리오국립대 교수였던 삼촌도 방송 직후 정직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알레아르트의 고백에 그의 형제, 자매들은 "방송에서 우리의 개인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유하는 건 옳지 않다"며 "2차 피해를 보았다"는 성명을 밝혔다.
하지만 현지 아동 구호 단체 등은 알레아르트의 고백 이후 도움을 구하는 요청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시민단체 '아이들의 권리를 위한 어른들'(Adults for the Rights of Children) 공동 창립자인 실비아 록사나 피세다는 "이런 유형의 학대에 침묵을 지키는 건 가해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동 성적 학대 문제를 다루는 건 세계적인 문제임을 강조했다.
피세다의 남편이자 함께 단체를 창립한 세바스찬 쿠아트로모는 자신도 아동 성폭력 피해자임을 밝히며 "사회에서 남성들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남성이 자신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특히 어려울 수 있다"며 "수치심을 해소하기에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5명 중 1명, 남성 13명 중 1명이 18세 이전에 성적 학대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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