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무차입 불법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밑그림을 내놨다. 기관 투자자가 매도가능 잔고를 파악해 일차적으로 불법공매도를 차단하고, 걸러내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의 중앙차단시스템(NSDS)으로 적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제2차 열린 토론' 자리에서 이 같은 구축안 내용을 발표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스스로 마련한 잔고 관리 체계로 거래 당시부터 불법 공매도 가능성을 차단한다. 여기에 거래소의 중앙시스템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자동 탐지한다.
우선 기관 투자자들이 '자체 잔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 공매도 잔고를 보고하는 모든 기관 투자자(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의 기관)의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는 셈이다. 외국계 21사, 국내계 78사로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비중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 해당 체계는 △실시간 잔고 산정 △대차 전담 부서를 통한 차입 신청 △실시간 잔고 반영으로 구분된다.
투자자들이 전날 잔고·당일 실시간 매매자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잔고 초과 매도 주문에 대해서는 시스템상 자동으로 주문이 거부된다. 보유 수량이 부족하면 대차 전담 부서를 통해 차입해야 하는데, 차입 승인 전에는 공매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차입 확정 건, 리콜 건 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잔고 초과 매도 주문이 가능하지 않도록 재차 차단된다.
아울러 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통해 시스템의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정해 공매도 주문 수탁을 진행한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를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수탁 증권사들 또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거래소 또한 잔고 변동을 집계하는 중앙 차단 시스템인 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을 도입해 무차입 공매도 상시 자동 탐지에 나선다. 기관투자자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전산 연계시켜 거래 정보를 거래소에 전부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상시 탐지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관투자자가 자신의 △매도 가능 잔고 △장외 대차거래 내역 △ATS를 포함한 장내거래 매매내역을 전송하면, 거래소는 이를 전부 더한 매도 가능 잔고를 모든 매도 주문과 상시 비교한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번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 증권업계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이를 반영해 방안을 확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은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마련해왔다. 당초 2~3개 복수 안을 검토했으나 TF에 참여한 해외 투자은행(IB) 등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최종안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토론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확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또 5월 중 해외 IB 의견을 홍콩 현지에서 직접 청취한다. 공매도를 주제로 한 열린 토론회도 계속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