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5000명.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를 찾은 방문객 수다. 작년보다 10만 명 더 늘었다. 전시장인 피에라 밀라노에 부스를 마련한 곳만 해도 1950개 브랜드에 달한다. 말 그대로 전 세계 가구 브랜드를 총망라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다.
피에라 밀라노는 총면적 34만5000㎡로 세계 IT·가전 전시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24만2000㎡)보다 넓다. 올해 전시는 62회째. 격년으로 조명, 주방 가구 중 하나에 집중해 전시를 선보이는데 올해는 주방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주방 전시장에 대규모로 부스를 마련하고 주방 제품들을 소개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엿본 올해 가구 트렌드는 아웃도어, 모듈, 패브릭이었다. 야외용 가구 종류를 늘린 브랜드가 많았고 아웃도어 가구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랜드도 수백 곳에 달했다. 기능 면에서는 뗐다 붙일 수 있는 모듈형 가구, 소재 면에서는 가죽·우드보다는 패브릭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장에 마련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부스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독일 브랜드 피스처뫼벨 관계자는 “패브릭, 밧줄 등 가구에 쓰인 모든 소재가 방수, 방염 등의 기능을 갖췄다”며 “올해는 정원용 소파, 의자, 테이블 구입을 문의하는 사람이 작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카르텔, 프로테지오니, 데돈 등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들도 경쟁적으로 행잉 라운지체어, 야외용 소파, 의자 등을 내놨다. 모두 빗물 같은 물에 강한 소재, 벌레 등 해충을 막아주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데돈은 방수, 방염 처리한 우드 프레임 위에 푹신한 패브릭 소재의 쿠션을 깔아 아웃도어용 소파를 만들었다. 비바살로티는 모듈형 소파를 야외용으로 제작했고, 프로테지오니는 아예 홈오피스 프레임을 짜서 야외용 사무실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까시나도 올해 야외용 가구를 대거 늘렸다. 18세기부터 목재 가구를 선보이는 수공예 가구 공방으로 출발한 까시나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기능성 아웃도어 소파, 의자, 테이블 등을 추가했다.
주방도 야외용이 ‘대세’였다. 40년 역사를 가진 독일의 큐빅아웃도어리빙은 전체 맞춤형으로 비스포크 주방을 제작하고 있다. 대리석 무늬의 세라믹 상판을 깔아 아일랜드형 주방을 제작하는데 색깔, 무늬, 서랍 위치 등 모든 걸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격은 대략 7만5000유로로 1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글로벌 아웃도어 가구 시장은 지난해부터 2035년까지 매년 14%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리조트 증가, 가정용 정원을 가꾸는 가구 증가, 유통채널 확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북미와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성장 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시장 규모가 840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소파의 일부분을 떼서 1인용 의자로 활용하거나 침대로 변신하는 소파 같은 모듈형 가구도 올해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까시나, 비앤비이탈리아와 함께 3대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몰테니앤씨도 패브릭 소재의 모듈형 소파, 아웃도어 가구 등을 주요 제품으로 선보였다.
가죽, 우드보다는 패브릭을 선택한 브랜드가 많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화이트, 오프화이트, 아이보리 등 밝은색으로 패브릭 가구를 제작한 곳이 많았다.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가구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 가죽보다는 낮은 가격 등이 패브릭 소재를 선택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밀라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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