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0.6%를 그려오던 성장률이 올 1분기에 두 배 이상 ‘툭’ 튀어 올랐다. 주요 투자은행(IB)이 예상해온 1분기 성장률(0.5~0.6%)도 훌쩍 뛰어넘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내부 전문가들도 오늘 숫자를 받아본 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경제가 성장한 원인도 통상적인 예측과 달랐다. 민간소비가 전분기보다 0.8% 증가했다.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을 비롯한 서비스가 모두 늘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대외 활동 증가, 휴대폰 출시 효과에 소비심리도 개선되면서 민간소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1분기 건설투자는 2.7%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로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업계 전망과 맞지 않는 데이터다. 신 국장은 “양호한 기상 여건, 일부 사업장의 마무리 공사 등으로 건설투자 성장률이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1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건설투자 등을 포함한 민간투자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다. 민간소비도 힘을 보탰다. 정부소비와 정부투자를 합산한 정부의 1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0%포인트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민간 주도 성장이 본격화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은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신 국장은 “1분기 실적치를 보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모습”이라면서도 “하반기에도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정책은 물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 “내수를 자극하는 정책은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성장률 전망치 상향이 잇따랐다. 하이투자증권은 연간 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고, 신한투자증권도 2.1%에서 2.3%로 올려 잡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늘 1분기 GDP가 발표된 후 당초 3분기로 예상했던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10월 이후로 밀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채권 금리는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4%포인트 오른 연 3.543%에 거래를 마쳤다.
강진규/좌동욱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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