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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영국 슈퍼카 브랜드 로터스의 전기차 공장. 중국 4위(지난해 판매량 279만 대) 자동차 회사인 지리그룹이 포르쉐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와 맞붙기 위해 2022년 완공한 ‘중국산(産) 럭셔리 전기차’의 본거지다. 지난 10일 한국 언론 최초로 방문한 축구장 140개 크기(100만㎡)인 로터스 공장은 한눈에 봐도 압도적이었다.
75년 역사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는 2017년 지리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고성능 배터리’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았다. 웬만한 작업은 로봇이 다 하는 이 공장에선 로터스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엘레트라’와 전기 승용차 ‘에메야’ 생산이 한창이었다. 정부 보조금에 기댄 저가 전기차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급 전기차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세계 시장 나선 ‘중국 자동차 왕’
‘중국의 헨리 포드(포드를 설립한 미국의 자동차 왕)’로 불리는 리수푸 회장이 1986년 세운 지리자동차는 일찌감치 세계로 눈을 돌렸다. 2010년 볼보를 시작으로 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영국의 로터스 경영권을 차례로 사들였다. 지리그룹은 애스턴마틴(17%)과 메르세데스벤츠(10%)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로터스는 지리가 가장 공을 들이는 브랜드 중 하나다. 지분 51%를 확보한 뒤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8만달러 이상 전기차를 살 수 있는 고소득층을 놓고 전기차 SUV의 선두 주자인 포르쉐, 로켓 엔진을 장착한 로드스터 출시를 앞둔 테슬라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로터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8억7000만달러의 ‘군비’를 마련했다. 지리는 로터스뿐 아니라 볼보, 폴스타, EcarX, 지커 등 다른 브랜드도 미국과 스웨덴 증시에 상장하면서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기업이 인수하면 럭셔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로터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6970대)을 기록했다. 작년 판매대수의 63%는 전기차였다. 리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2028년부터 로터스는 100% 전기차만 제조할 것”이라고 했다.
로터스에는 세계 1위 배터리셀 제조사인 중국 CATL의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가 장착됐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 시장에도 중국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반기 韓 상륙…4년 후 10만 대 목표
로터스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얼마나 깊고 넓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중국은 1000만원짜리 초저가 전기차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럭셔리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저개발국부터 선진국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중국이 선정한 다음 공략지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펑칭펑 로터스 최고경영자(CEO) 겸 지리그룹 수석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은 세계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터스는 지난해 3월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에도 엘레트라를 출시했다. 올해는 9월 한국 진출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 않은 에메야를 타보니 슈퍼카의 성능이 그대로 전달됐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2.78초에 시속 240㎞에도 차체가 흔들림이 없었다. 로터스 우한 전기차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15만 대 수준이다. 펑 CEO가 제시한 로터스의 판매 목표는 ‘2028년 10만 대 돌파’다.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4%를 차지하겠다는 의미다.
우한=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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