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당신들은 몰랐다고요? 우리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나요"

입력 2024-04-26 17:59   수정 2024-04-27 00:47

세계는 지금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공지능(AI)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과 기계와의 대결에서 승자는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기계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고, 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앞으로 인간은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인간의 존재 가치가 점점 더 희미해지는 시대에 영국에서 <인간수익률(ROH: Return on Humanity)>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출간돼 화제다.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가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이라면, 책은 투자한 인간에 대한 수익의 비율을 일컬어 ‘인간수익률’이라고 부른다.


혁신가이면서 영국에 본사를 둔 리더십 프로그램 개발 회사 TIE(The International Exchange)의 설립자이기도 한 필리파 제이 화이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리더십과 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한다. 20년 넘게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 리더십’을 도입해 성공한 기업과 조직의 사례를 펼쳐 보인다.

한 이탈리아 비정부단체(NGO)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러 원조사업을 진행했지만, 거의 모두 실패했다. 잠비아에서는 토마토와 호박 등을 재배하는 농사법을 전수하는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잠비아 사람들은 비옥한 땅을 그냥 놔두면서 농사를 짓지 않았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탈리아 NGO는 토마토와 호박 등 여러 작물의 씨앗을 가지고 와서 잠비아 사람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쳤다. 잠비아 사람들은 농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잠비아 사람들을 설득하고 독려하면서 농사법만 제대로 배우면 기아와 가난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줬다.

비옥한 땅에서 토마토와 호박은 무럭무럭 자랐고,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발견한 농장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전날 밤 하마 200마리가 강을 건너와 토마토와 호박 등을 몽땅 먹어 치우고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잠비아 사람들은 그제야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이래서 우리가 농사를 배우려고 하지 않은 겁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왜 미리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나요?”라고 묻자 잠비아 사람들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나요?” 해외 원조의 첫 번째 조건은 ‘존중’이다. 책은 인간 중심 리더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상호 존중’과 ‘협력’이라고 전하면서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조직은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조직은 너무 비인간적입니다.”

비즈니스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과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 상당수 기업은 그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책은 인간 중심 리더십으로 더 나은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추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한다. 인간 중심 리더십과 경영 전략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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