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는 쓰레기를 몰라도 너무 몰라…재활용 쓰레기는 정말 재활용될까

입력 2024-04-26 19:00   수정 2024-04-27 00:37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갈까? 재활용 쓰레기는 과연 얼마나 ‘재활용’되고 있을까?

영국 저널리스트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가 쓴 <웨이스트 랜드>는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 이 같은 질문의 답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의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까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재활용은 선진국에서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저자에 따르면 재활용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러 연구는 기존의 재활용 라벨이 거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조차 재활용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속여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재활용이 실제로 하는 역할 한 가지는 쓰레기를 버린다는 소비자의 죄책감을 달래준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정부가 재활용률을 과장해 발표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선 실제 재활용된 양이 아니라 재활용 업체에 들어간 쓰레기 양을 재활용률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쓰레기는 국경도 넘는다. 폐기물 산업은 이미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도국은 저렴한 인건비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의 부담도 떠안는다.

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정말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된다. 전 세계에서 팔리지 않는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선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만한 저품질의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다.

책은 기업의 그린워싱(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문제도 다룬다. 친환경 캠페인을 하면서 뒤로는 멀쩡한 잉여 생산품을 대량 파쇄하는 패션업계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거대한 쓰레기 문제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우선 해야 하는 일이 쓰레기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가 정말 다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재생 플라스틱 제작에 새 플라스틱이 일부 필요하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투명한 재활용 체계와 기업의 그린워싱을 제재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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