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평가 스미토모 후미히코는 예술 전시 하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지구 자원이 낭비된다고 비판했다. 일회성 전시 공간을 조성하느라 적잖은 목재와 철재가 사용되고, 홍보를 위해 많은 리플릿과 도록을 제작한다. 커튼과 전선, 플라스틱 등 공간 조성과 연출을 위해 많은 자재가 사용된다. 그리고 이 모든 자재는 전시가 끝나면 바로 폐기 처분된다. 일회용으로 각종 자원이 소비되는 전시가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셀 수 없이 열리고 있다.
식량과 환경을 고려할 때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류는 약 80억 명이란 인구학자의 주장이 있다. 그 수를 넘으면 지구가 지금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그 학자는 경고했는데 이미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자연 농경이나 가축 사육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지구를 지배하는 인공지능 기계의 파편 스미스 요원은 인간 측 지도자 모피어스에게 속삭인다. “내가 연구해보니 너희는 포유류가 아니었어.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은 안 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하며 모든 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너희와 똑같은 생존 방식을 따르는 유기체가 하나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바이러스야! 인간은 지구의 질병이야.”
오늘날 많은 사람이 예술 전시를 위한 자원 소비를 투자 개념으로 환산한다. 예술 활동을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는 것이다. 전시 티켓 판매, 작품 가격 상승, 계급적 자존감 부여 등 자원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부가가치가 주요한 관심사다.
그런데 예술이 위대하다지만 한순간을 위해 사용하고 폐기하는 지구자원이 인류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최근 미술계에 ‘저탄소 미술관’이란 용어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전 세계 갤러리들이 모여 GCC라는 비정부기구(NGO) 협의체도 조직했다. ‘가이아 지구’와의 공생이란 테마가 미술계의 한 조류로 부상하고 있다.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렇게 많은 장식과 화장이 필요할까? 세상과 소통하는 데 작품 이외의 자원이 필요할까? 작품이 값비싸게 팔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고 활동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만으로도 환경에 이바지하는 조그만 발걸음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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