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 ‘노 랜딩’(침체 없는 호황)이 거론되던 미국 경제가 돌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돌며 둔화한 반면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채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 오일쇼크에 경기 침체가 겹친 1970년대 ‘악몽’까지 언급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서는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25일(현지시간)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개인소비지출(PCE) 결과 발표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일제히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서비스업체 이버리의 매슈 라이언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는 분명히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글렌메드의 마이크 레이놀즈 투자전략 부사장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도 ‘골디락스’(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이야기가 많았다”며 “여러모로 볼 때 투자자들은 GDP 보고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이 까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한 달 전 0.7%에서 18.8%로 높여 잡았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금리 인하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증시가 오르면서 금융 서비스 부문 가격을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Fed가 1970년대의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Fed가 금리 인하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뉴욕증시 랠리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주에야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WSJ는 “과도한 국채 발행이 국채 금리 상승 및 강달러를 초래했다”며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GDP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GDP 증가율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0.9%로 지난해 말 5.1%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수입 증가율은 2.2%에서 7.2%로 급등했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채 발행 규모는 7조2000억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한다”며 “이것이 성장의 많은 부분을 주도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인플레이션이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시장 우려가 커지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면 (GDP) 지표는 (잠정치나 확정치에서) 이보다 높게 수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옐런 장관은 또 1분기 물가상승률이 3.4%로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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