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아파트 7억에 산대"…혼란에 빠진 서민들 몰렸다

입력 2024-04-26 09:03   수정 2024-04-26 10:50


서울 집값이 재차 반등하면서 집값 흐름을 관망하던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분양가 또한 상승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 구입이 가능한 경매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상승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0.01% 오르며 반등을 시작한 서울 집값은 이달 넷째 주 0.03% 상승했다. 5주 동안 오른 집값이 0.12%다.

숫자만 보면 미미한 상승 폭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부동산원의 변동률 기준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5주 동안 거래된 일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0.12% 상승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개별 아파트에서는 곳곳마다 신고가도 나오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 126.02㎡는 지난 23일 2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6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3차' 전용 105㎡도 43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고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97㎡ 역시 지난 3일 43억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에서는 반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964건을 기록했다. 2021년 8월 4065건 이후 최다 거래량이다. 거래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4000건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월과 2월 2500건 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내 집 마련의 주요 수단이던 청약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소형아파트(전용 60㎡ 이하)의 ㎡당 평균 분양가는 1143만원으로, 전년 동월 949만원 대비 20.5% 상승했다. 중소형 아파트(전용 60㎡ 초과~85㎡ 이하) 역시 올해 1분기에 지난해 대비 16% 올랐다.

분양가 상승에 더해 공급도 줄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의 주택 착공은 2만1000가구로 연평균의 32.7%에 그쳤다. 허가는 2만6000가구, 준공은 2만7000가구로 각각 연평균의 37.5%, 42.1%에 불과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서울의 주택공급 수행계획 대비 실적(인허가)이 32%에 불과해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값과 분양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방법으로 경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3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보다 1.1명 증가한 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응찰자가 늘었지만,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고 있다. 소유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이 신청해 경매로 나오는 아파트가 대폭 늘어난 여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1건으로 지난해 3월 126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매각 물건이 늘어나면서 낙찰률은 35.3%로 전월보다 3%p(포인트) 하락했고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전달에 비해 1.4%p 상승에 그치며 85.1%를 기록했다.

경매는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사들일 기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매 감정가는 시세의 90~95% 사이로 결정된다"며 "감정가 대비 85%에 낙찰됐다는 것은 시세 10억원인 아파트가 경매에서 평균 7억6000만원에 팔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낙찰된 아파트들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을 보인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0억6800만원에 낙찰됐는데, 이달 실거래가는 1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이달 22억3999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실거래가는 23억8000만원이다. 일반적인 매매의 경우 실거래가에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추가되지만, 경매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으니 중개수수료도 붙지 않는다.

경매는 가격 측면의 매력이 크지만, 권리분석을 해야 하고 낙찰 이후 명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진입장벽도 비교적 높다. 이에 대해 고준석 교수는 "관련 법령이 채권자 위주로 마련된 탓에 경매를 어려워하는 이가 많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알아야 할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좋은 매물을 고르는 눈을 키운다면 쉽고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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