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42%로"…재정안정파, 연금개혁 절충안 내놨다

입력 2024-04-26 15:09   수정 2024-04-26 15:58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국민연금 전문가들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대신 42~45% 선으로 상승폭을 낮추자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대표단이 앞서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은 ‘개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개최한 연금개혁 전문가 간담회에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높이고 40%(2028년 기준)인 소득대체율은 42% 또는 45%로 정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재정안정파로 분류되는 이날 참석자 총 6명 가운데 4명이 이 같은 제안에 찬성했다.

올해 42%인 소득대체율은 앞선 2차 연금개혁에 따라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에는 40%가 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에선 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고 보험료율은 13% 인상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찬성 의견(56%)이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재정안정파 전문가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민대표단 선택을 그대로 따를 경우 “재정 건전성이 오히려 악화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을 지지해왔다. 다만 소득대체율 인상을 원하는 다수 여론을 확인한 만큼 42~45%선에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보험료율의 경우 13% 인상을 지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대표단의 선택으로 소득대체율을 예정대로 40%까지 낮추는 것을 정부가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보험료율는 높이되 소득대체율은 올해 수준인 42%에서 유지하는 게 그나마 미래 세대를 생각하면서 현 세대의 노후소득 보장도 감안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인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수지균형을 맞추려면 보험료율을 1%포인트 높일 때 소득대체율은 2%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안과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안은 재정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절충안에 힘을 보탰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측 인사로 이기일 복지부 1차관과 연금 담당 국·과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 제언이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연금 개혁안을 논의하고 정부가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제안한 절충안이 정부 측 입장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개혁 주무부처인 복지부나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모두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이틀 연속 다수안에 암묵적인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4일 전문가 간담회에선 “공론화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안과 관련해 재정안정이라는 당초의 연금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25일 국민연금공단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당초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개혁을 논의한 것인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절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악을 한다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다수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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