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HBM 덕분에…SK하이닉스 신용도 상향될수도"

입력 2024-04-26 15:33   수정 2024-04-29 09:21

이 기사는 04월 26일 15: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국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뜀박질하는 데다 고부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큰 폭 늘어나면서 실적·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있어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장혜원 이사는 26일 열린 피치 연례 콘퍼런스에서 “올들어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는 데다 재무 안정성도 탄탄해진 만큼 국제 신용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본격화로 SK하이닉스가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 서버에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이 들어간다. 그만큼 HBM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큰손’ 엔비디아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HBM을 앞세운 이 회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4296억원, 2조8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BBB(안정적)’로 책정된 SK하이닉스의 국제 신용도가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장 이사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고 있다”며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계약을 통해 고객사에 개별 공급돼야 한다는 점에서 업황 변동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신용도에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AA-급의 신용도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장 이사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뛰어난 현금 창출력과 재무 안정성을 갖춘 만큼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도 상향 호재 등이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월 외화채 시장에서 15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김민집 미즈호증권 부문장은 “올해 SK하이닉스 외화채 수요예측에서 총 73억달러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며 “기존과 달리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투자자 비중이 대폭 늘어나는 등 외화채 시장에서 지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피치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지난 3월 예상한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2.1%)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러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이사는 “지난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1.3%를 기록했다"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피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7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도 올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준금리는 올 연말에 연 3.0%, 내년엔 연 2.5%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1290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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