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DEX서 드러난 무인함정 경쟁…한화·LIG 수주戰 승자는? [김동현의 K웨폰]

입력 2024-04-29 07:00  

※ ‘김동현의 K웨폰’은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김동현 기자가 매주 토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방위산업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남들보다 앞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이순신 방위산업전(YIDEX)'을 계기로 우리 해군이 도입을 준비 중인 '무인수상정(USV)'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엑스포임에도, YIDEX에 한화시스템의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과 LIG넥스원의 '해검-2'가 직접 실물을 선보여 숨은 경쟁을 펼쳤다.

해군은 미래 유·무인 전장 복합 전투체계를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로 명명하고 관련 장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무인수상정은 수중 감시·정찰, 기뢰탐색·제거,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미래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특히 해군은 올해 말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의 수주를 끝낼 계획이어서, 무인 함선의 첫 해군 도입에 대한 방산업계의 기대도 크다.
한화시스템 “최신 AI기반 표적·장애물 탐지 기술 갖춰”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24~27일 YIDEX가 열렸다. 진해 해군기지 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엑스포로, 주로 해군이 사용하는 무기를 중심으로 전시된다.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무기는 전시장 외부에서 선보인 무인수상정(USV)이었다. 한화시스템은 수색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을 선보였다.




해령은 △최신 AI기반 표적·장애물 탐지 기술 △주변의 해상 상태를 인식해 최적의 안전 운항을 수행하게 하는 '파랑회피 자율운항' 기술 △무인 자율 이·접안 기술 등이 특징이다. 물을 빨아들여 배 뒤로 뿜어내는 워터제트 엔진 두 개를 사용해 최대 시속 40노트로 전진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순항할 때 전기로 추진하고 가속해야할 상황에서 디젤을 사용한다"며 "워터제트 양쪽으로 파도가 칠 때 배 자세를 안정화시켜 주는 '인터셉터' 장비가 있어 고속 주행에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함미에는 음파탐지기를 탑재한 무인잠수정(ROV)이 있다. 이 잠수정을 물 속에 넣어 수중음향 데이터링크를 통해 기뢰를 탐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함 상단에 큰 원통 모양의 '수상 탐색 레이더'가 설치돼 있는데 이게 파랑회피 자율운항 기술을 가능케 하는 한화 고유 기술이란 설명이다. 한화시스템 측은 "해상에서 파도가 배에 어느정도 위협이 되는 지 파도의 방향, 높이, 주기 등을 계산해 자율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장애물 탐지와 무인 접안을 위해 자율주행에 쓰이는 라이다도 3개 설치됐다.



또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원격 통제기술도 해령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우주의 통신위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전운용 통신 음영구역 및 통제거리에 제약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께 유텔셋 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부터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원웹의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활용한 통신체계는 우리 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IG넥스원 “정찰용이지만 20㎜ 기관포 탑재, 화력 강력”
해령 수상정 옆으로는 LIG넥스원의 무인수상정 ‘해검-2(정찰 무인수상정)’, ‘해검-5(함탑재 무인수상정)’, ‘해검 키트-1(자율무인 키트 적용 무인수상정)’을 전시했다. 해령과 견줄 수 있는 성능인 '해검-2'의 경우 SNT다이내믹스의 20㎜ 기관포 탑재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갖춰 정찰용임에도 강력한 화력을 과시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원래 잠수정 앞에 12.7㎜ 기관포가 달려있었는데, 소형무장헬기(LAH)의 기관포로 교체했다"며 "여러 장비들을 '모듈화' 시켜 사용자 필요에 따라 무기를 교체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해검-2는 배 길이 12m, 속도도 40노트 이상으로 해령과 비슷하다.



함미 물 속을 수직으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제어용 추진기 4개가 장착돼 있는 예인형 무인잠수정이 있는 점도 특징이었다. 이 잠수정은 바다 속에서 적 기뢰 탐지에 쓰인다. 국내에서 무인수상정 연구를 가장 빨리 했기 때문에 실제 해상 자율주행 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는 게 LIG 측의 주장이다. LIG 관계자는 "해검-3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해상상태 4(최대 파고 2.5m)에서 실해역 내항 성능시험을 했다"며 "열악한 해상 환경에서도 유인전력 없이 24시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해검-2에 비해 전투능력이 강화된 해검-3는 유·무인 복합성능에 70㎜ 비궁 유도로켓까지 쓸수 있는 무인수상정이다.





이밖에 해검-5는 함정에 탑재할 수 있도록 만든 무인수상정으로 원격운용 '소화포'를 탑재했다. 선박화재 진압 및 긴급구난 등 임무수행에 특화된 배다. ‘해검 키트-1’은 일반 보트를 무인수상정으로 개조했다. 유사시에는 빠르게 자살 폭탄 함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군 “무인수상정 도입, 자율주행 성능이 좌우할 것”
한화와 LIG가 경쟁적으로 이번 엑스포에 무인수상정을 선보인 것은 해군의 무인수상정 사업 공고 발표가 머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해군은 다음 달(5월) 정찰용 무인수상정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RFP) 작성을 방산업체들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해군이 RFP 접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에 대한 최종 선정을 마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군이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해군의 '네이비 씨 고스트' 계획에 따라 USV, 전투용 무인잠수정(UUV), 함탑재 무인항공기(UAV) 등을 순차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비 시 고스트는 수상·수중·공중 등 전 영역에서 초연결·초지능을 기반으로 유·무인 전력을 통합 운용해 작전·임무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체계다. 최근 한화오션은 해군이 발주한 '정찰용 무인잠수정' '기뢰전 무인수상정'의 개념설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장서 만난 곽광섭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은 "전투형 무인 수상정은 아직 국내 기술 수준이 되지 않지만 정찰용 수상정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율운행 성능이 우수한 수상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창원=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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