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불던 국내 미술시장 먹구름…4월 들어 경매 낙찰률 '뚝'

입력 2024-04-28 17:49   수정 2024-04-29 00:20


얼어붙은 미술시장에 훈기를 불어넣던 봄바람이 잠깐 멈춘 걸까. 상승세를 타던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5월을 앞두고 한풀 꺾인 모양새다. 양대 옥션의 4월 주요 경매에서 거장의 작품마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되는 등 시장 반등 기대감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28일 미술계에 따르면 서울옥션이 지난 23일 진행한 ‘제178회 미술품 경매’는 낙찰률 55.66%를 보였다.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Contemporary Art Sale)’이란 이름으로 연 지난달 오프라인 경매에서 기록한 낙찰률(67.5%)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출품작의 평균 가격대가 낮게 형성되긴 했지만 낙찰총액이 28억원을 기록해 지난달(114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옥션은 계절에 맞춰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화사한 풍의 작품을 중심으로 출품작을 꾸렸다. 이 중 일본 인기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가 4억5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마저도 당초 추정가(5억~8억원)에 미치지 못한 가격에 낙찰됐다. 분홍빛 색감이 돋보이는 하종현의 ‘Conjunction 20-25’(1억5000만원)와 김종학의 ‘무제’(2000만원)도 시작가에서 거래를 마쳤다.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의 작품 중 처음 경매에 오른 ‘달팽이 걸음’은 추정가 2억~3억원을 달고 나왔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단색화 거장 이우환의 ‘Correspondance’(5억4000만~9억원)도 유찰됐다.

하루 뒤인 24일에 4월 메이저 경매를 개최한 케이옥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경매 낙찰률은 61%로 전달(71%) 대비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낙찰총액은 5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증가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중섭이 절친인 구상 시인의 집에 머무르면서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이 14억원에 낙찰돼 제 역할을 해냈지만, 낙찰총액 상승을 이끌 다른 대작은 제값을 찾지 못했다. 김환기의 뉴욕 시대 점화 ‘22-X-73 #325’(시작가 35억원), 1955년작 ‘산’(시작가 20억원)을 비롯해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1947년작 아티스트북 ‘재즈’가 추정가 9억5000만~12억원으로 출품이 예고돼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출품이 취소되거나 유찰됐다.

다만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판화와 에디션 작품 등으로 크리스티 뉴욕 경매가 낙찰률 92%를 기록하고, 필립스 런던의 근현대 미술품 경매도 낙찰률 85%를 나타내는 등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 분위기가 나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는 등 분명 낙관적인 여건은 아니지만 실구매층은 여전하다”며 “가격대가 합리적인 작품은 경합이 이뤄지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전했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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