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최근 협약을 맺고 올해 상반기 1조2600억원 규모의 1단계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설립을 유도한 펀드다. 2030년까지 총 9조원 규모로 단계별 6개 펀드가 조성될 예정으로 1~3단계는 각각 1조2600억원, 4~5단계는 각각 2조6100억원 출자가 이뤄진다.
미래에너지펀드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중점적으로 투자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정부의 해상풍력 전력 공급 목표는 14.3GW다. 공급 규모는 124㎿로 목표의 1%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운영 중인 단지는 △제주 탐라단지(30㎿) △전남 영광단지(34.5㎿) △서남해실증단지(60㎿) 등 총 세 곳에 불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초기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설립에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래에너지펀드가 후순위 대출을 진행하면 은행, 보험회사 등 민간 금융사가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선순위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300~500㎿ 이상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에 올 하반기 미래에너지펀드 자금이 처음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관련 펀드가 조성된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인허가 등 복잡한 제도적 걸림돌이 해결돼야 민간 자금 투자도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해상풍력시설을 설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10개 부처에서 29개 법령에 걸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21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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