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2차 협력업체인 A사 대표는 “원청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ESG 대응이 쉽지 않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의 ‘ESG 경영’을 관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6년부터 스코프3를 시작한다’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방침에 따라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 경영 데이터도 함께 공시해야 해서다. 스코프3는 각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ESG 준비 부족’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대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중소·중견기업 1278개사를 대상으로 2022~2023년 ESG 경영 수준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5점 만점에 3.55점에 그쳤다.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건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이다. ESG 전담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데다 외부 컨설팅을 받기엔 자금 부담이 커서다.
아예 ESG 경영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7~9월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1800개 기업 중 44.6%가 ‘ESG 경영에 대해 알고 있으나 미도입함’이라고 답했다. ‘ESG 경영 관련 내용을 전혀 모름’이라고 답한 비율도 26.2%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국내 인증기관부터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표준협회 등이 인증 의견서를 발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국내용’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국내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더라도 수출 기업은 해외에서 별도로 인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인증기관을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상당수 협력업체가 ESG 경영에 나설 정도로 ‘체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정부와 함께 대기업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HD한국조선해양처럼 말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동서발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조선산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공동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소 협력사들이 사용하는 공기 압축기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이다. 설비 한 대를 바꾸면 연간 30~6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 이 비용을 HD한국조선해양 등이 지원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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