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의 독단적 판단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하면서 수억원을 불필요하게 법률 비용으로 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불법파견,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항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인 고용부 근로감독관들이 부실한 행정 처리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이후 채용이 급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한 근로감독관이 늘면서 ‘감독 품질’이 저하되고 기업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근로감독관 정원 중 퇴사 인원 등을 제외하고 현재 활동하는 2177명 가운데 경력 3년 미만은 49.7%(1082명)를 차지한다. 과거엔 거의 없던 8·9급 감독관 비중도 31.4%에 달한다.
근로감독은 ‘현장 수사’가 대부분이라 고참 선배의 어깨너머로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2년 동안 현장 감독이 크게 줄고 신입 감독관이 선배들과 접촉할 기회도 단절됐다. 감독관 수가 급증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 배경이다. 한 15년 차 근로감독관은 “법리가 복잡하거나 감독관 재량이 큰 영역일수록 감독 품질 저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부실 근로감독으로 피해를 본다며 호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초 한 직원이 “업무를 과도하게 줬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대표를 신고해 현재 조사를 받는 B사가 그런 사례다. B사는 3년 차 미만 감독관에게 ‘업무를 주지 않은 것은 괴롭힘이 될 수 있지만 업무를 준 것은 괴롭힘이 될 수 없다’는 고용부 발간 지침을 제시하며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감독관은 몇 달째 결론을 내지 못했다. B사 대표는 “직원의 강한 반발에 감독관도 힘들어한다”며 “조사가 장기화하면서 회사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악성 민원도 감독관이 위축되는 원인이다. 서울 지역 한 근로감독관은 “악성 민원인들에게 소송당하고 시달리기보다 차라리 기업이 검찰·법원에서 다투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민원 부담에 부처 내 근로감독관 기피 현상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험·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휴대폰·PC 증거 분석)’ 수사를 강화하겠다”며 “올해 고참과 신임 감독관 간 워크숍 정례화와 직무교육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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