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주신 용돈 모아 집 사야지"…자칫하면 증여세 내요

입력 2024-04-28 18:56   수정 2024-04-29 01:21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기념일이 많아 가족끼리 용돈을 주고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통상 가족 간 오가는 몇십만원의 용돈엔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거액의 용돈은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가 부과된다. 용돈으로 주식을 사거나 집을 매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증여세 비과세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제때 증여세 신고를 해야 절세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증여세 비과세 기준은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일상적인 금전 거래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용돈, 교육비, 생활비 등은 비과세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런 이유로 가족 간 주고받는 용돈에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사회 통념상’이라는 대목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몇십만원의 용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수천만원의 용돈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증여로 간주해 과세한다.

용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에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35조에는 교육비, 생활비 등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국한해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은 생활비를 모아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면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똑똑한 증여 방법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가족 간 금전 거래라도 무조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 간에는 10년 단위로 증여세를 일정 금액까지 면제해준다. 부부 간 증여는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빼준다.

예컨대 자녀가 1세일 때 2000만원, 11세 때 2000만원, 21세 때 5000만원, 31세 때 5000만원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으면 총 1억4000만원을 세금 없이 받을 수 있다. 이 돈을 연 3% 예금에 넣었다고 가정하면 자녀가 31세일 때 2억원 규모로 불어난다. 10년 단위의 증여 기간을 계산할 때는 증여하는 시점이 아니라 증여세 신고를 한 시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 번에 목돈을 증여하기 부담스럽거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금액을 증여하려면 ‘유기정기금 증여’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해진 기간 일정 금액을 분할해 증여하겠다고 신고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 연 3% 추가 할인율이 적용돼 증여세 공제 금액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10년간 2000만원에 할인율을 적용하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은 총 2268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금액을 월 단위로 쪼개면 18만9000원이 된다.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매월 18만9000원씩 증여하면 한 번에 증여하는 것보다 268만원을 더 줄 수 있는 것이다.

펀드 또는 주식으로 증여하면 신고 이후 발생한 수익에는 과세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연평균 7%의 수익률을 낸 펀드에 매달 18만9000원을 납입하면 원금 2268만원이 10년 뒤 3271만원으로 불어난다.
증여세 산정은 어떻게
증여세는 증여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 금액에 세율을 곱한 뒤 누진 공제액을 제외하면 된다. 증여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2000년 개편 이후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상속세와 마찬가지로 5단계 초과 누진세율 구조다. 최저·최고 세율은 각각 10%, 50%다.

예컨대 부모에게서 6억원의 아파트를 증여받은 경우 증여자가 직계존속이기 때문에 5000만원을 제외한 5억50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세율은 30%다. 5억5000만원에 30%를 곱한 뒤 해당 구간의 누진 공제액(6000만원)을 제외해 산출하는 최종 납부 증여세는 1억500만원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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