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의 결정엔 앞으로 막대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18세 미만인 아이들의 의사는 전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국가와 어른들이 이들의 후견인으로서 공익을 대변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거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최근 발표된 시민대표단의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 결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향후 수십년 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사람들은 18세 미만 이들인데 공론화의 구조상 이들의 의견은 반영될 수 없다”며 “연금개혁 자체가 근본적으로 공론화에 적합한 의제가 아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보다 ‘조금 더 내고 많이 더 받는’ 개혁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에 손을 들어 준 시민대표단 492 명 중에선 40대 이상이 69%에 달한다. 18~29세는 79 명(16%), 30~39세는 74 명(15%)에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을 낼 사람은 젊은층과 미래세대지만 개혁의 결정권은 중장년층이 쥔 구조다.
유 의원은 500명 시민대표단을 추린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단은 일반 국민 1만 명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폭 선호도를 물어 ‘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 응답 비율에 따라 구성했다. 소득 보장을 선호한 이들이 1.4배 더 많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답변만으로 판단해 모집단을 구성한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연금개혁엔 다양한 구조개혁안,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 등 이슈가 있는데 이런 문항들에 대한 의견은 대표단 구성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민대표단 구성 전 구조개혁안에 대한 질문을 묻고 향후 의견 변화를 관찰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18세 미만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연금개혁을 하려면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것으로 지금까지 쌓인 보험료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하고, 개혁 시점부터 납입한 보험료를 신연금 기금으로 별도 적립해 나가는 투트랙 방식이다.
그는 “신연금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 수익률을 더해 연금을 받는 ‘완전 적립식’으로 가야 국민연금 제도 불신이 큰 청년층과 미래세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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