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당을 이끌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지명했다. 당내에선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일단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쇄신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선인 총회에서 이 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황 고문 선출에 대해 별다른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인 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황우여 고문은 5선 의원이기도 하고 당 대표를 지냈던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이다"며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바르게 관리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 소집을 결정하고,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을 의결할 계획이다. 황우여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는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2개월 정도로 예상된다.
황 상임고문은 5선 의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 대표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지냈다.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15대 전국구(현 비례대표)를 거쳐 16대 이후 내리 4선을 인천 연수구에서 당선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도 거쳤다. 여의도연구원장과 비대위원 등도 역임했다.
당내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국민의힘이 그간 2개월 동안 당을 관리할 신임 비대위원장직을 두고 '구인난'을 겪어온 만큼, 비토 의견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무난한 인선"이라며 "낙선한 분들까지 다 포함하는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거의 만장일치로 (추대됐다)"며 "정치 경험이 많으시니, 잘 이끌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말씀한 중립 요건 등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한기호 의원도 "원만한 성격으로 당이 어려울 때 잘 관리할 것으로 본다"며 "남들이 무난하다고 하지만 어려울 때는 그런 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가장 어려울 때 우리 당을 관리했던 분이고 대표까지 경험한 분이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면서 "비대위원은 비상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분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당 안팎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당선자 총회 참석 직후 "황우여 전 총리는 합리적인 분"이라면서도 "정말 총선에 나타난 민의 받들고 혁신, 쇄신 그림을 그려 나갈지 수 있을지 선뜻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혁신형으로 쇄신할 때"라며 "총선 민의에 담긴 혁신과 쇄신을 그려 나갈 수 있을지, 선뜻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의 평가 역시 비판적이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서 명령한 변화와 혁신을 포기했습니까"라며 "황 전 총리는 새누리당 대표, 사회부총리를 지낸 국민의힘 원로 인사로, 당의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이런 황 전 총리를 지명한 이유는 결국 새 지도부 구성 전까지 조용히 선거 관리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총선에서 확인한 따끔한 민의에도 변화나 혁신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겠다니, 직무 유기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무엇을 깨닫고 느끼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벌써 전당대회 룰을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현재 '당원 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비윤계'를 중심으로 나오면서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비대위원장 임기가 두 달에 불과해, 지도력을 갖추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인난에 어쩔 수 없는 인선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잘 해 내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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