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CC(파71)에서 끝난 대회에서 해나 그린(28·호주)이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은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쳐 역전 우승을 꿈꾸던 ‘한국 군단’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세계 최강자들이 빠진 무대에서도 한국 군단의 시즌 첫 승은 나오지 않았다. 22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 신인왕 유해란(23)이 단독 3위(6언더파)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LPGA투어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시즌 첫 우승이 나오지 않은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2014년에는 개막 후 14번째 대회인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박인비(36)가 한국 선수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때 세계 최강 우승 군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한국 선수들이 최근 LPGA투어 무대에서 부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참가자 수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2009년 40명이 뛰며 11승을 거둔 LPGA투어의 한국 선수는 올해 절반에 가까운 23명으로 감소했다. 역대 한국 선수 최다승(15승)을 기록한 2015년의 33명과 비교해도 등록 선수 수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내 골프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역대 최대인 대회 수 30개, 총상금 320억원 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평균 상금이 10억원이 넘는다. 한 골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에 가서 도전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미국에 가서 외로운 싸움을 할 바에는 국내 무대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루키’ 임진희(26)의 약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날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쳐 코스레코드를 경신한 임진희는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과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주 셰브런 챔피언십 8위에 이어 2주 연속 톱10에 진입한 데 힘입어 신인상 포인트 1위(220점)로 올라섰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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