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기능이 들어간 장비는 자동화 장비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다. 고도의 광학설계 기술이 적용된 만큼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탓이다. 일찍이 광학 기능을 더한 자동화 장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최근 빛을 보는 회사가 있다. 필옵틱스 얘기다. 필옵틱스는 2008년 설립 첫해 노광기(빛을 쪼여 반도체 웨이퍼나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필옵틱스는 지난달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 유리관통전극(TGV) 장비를 출하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필옵틱스의 주가는 1만5630원(3월27일 종가 기준)에서 약 2주 뒤인 4월 8일 3만2900원으로 110.5% 올랐다. TGV는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촘촘한 회로를 만드는 유리기판 제조의 핵심 공정이다. 유리기판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관련 기술과 장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반도체 패키징용 TGV 양산 장비를 공급한 건 필옵틱스가 최초”라며 “다른 업체들보다 장비를 일찍 출하한 만큼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TGV 장비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초 납품’이라는 이력은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대표는 5년 전부터 TGV 시장을 눈여겨봤다. 그는 “반도체 관련 콘퍼런스나 포럼에 가면 미래 기술로 TGV에 대한 얘기가 언급됐다”며 “반도체 패키징에서 인쇄회로기판(PCB)이 유리기판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기술을 빨리 개발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옵틱스가 레이저 활용 기술에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한 대표는 “우리는 창립 때부터 광학·레이저 기술을 연구했다”며 “오랜 기간 연구한 만큼 레이저·스캐너 활용 기술에 대해서는 자신있다”고 했다. 이어 “TGV 유리기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20만~30만개의 홀(미세 구멍)을 정확하고 빠르게 뚫어야 한다”며 “다른 회사가 20시간 이상 들여 작업한다면 우리는 같은 결과물을 2시간 이내에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필옵틱스 매출 구조도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기존 5% 미만이던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27년 3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매출 비중은 2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해당 사업영역 매출 비중은 50%다.
신사업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 예정이다. 한 대표는 “최근 태양광 패널 업계에서는 유리 기반의 태양광 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유리를 가공하는 영역에는 자신 있는 만큼 이 사업에 적극 뛰어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산=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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