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귀한 몸이 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7개월 만에 2만건 대로 주저앉으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전일 2만9782건을 기록하며 3만건 밑으로 내려왔다. 전년 같은 기간 4만876건과 비교해 약 28%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만건 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2만9026건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은평구가 지난해 1817건에서 올해 610건으로 66.5%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동대문구(-63.8%)와 중구(-62.9%)도 감소률이 60%를 넘겼다. 노원구, 도봉구, 관악구, 서대문구, 양천구, 중랑구 등도 50%대 감소 폭을 보였다.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은평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아파트 단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신사동 '현대2차(380가구)', 응암동 '녹번역센트레빌(350가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우물골5단지(387가구)', '은평뉴타운상림2단지롯데캐슬(335가구)' 등에서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졌다.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1000가구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0건인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래미안클라시스(1114가구)', 구로구 구로동 '삼성래미안(1244가구)',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1059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5일 발표한 4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으로 1.15%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49주째 상승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서울 입주 물량 급감이 꼽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139가구로, 전년(3만570가구)보다 21% 줄었다. 월별로는 2월 645가구, 3월 996가구, 4월 815가구 등으로 최근 3개월 연속 1000가구를 밑돌았다. 그나마도 5월에는 입주 물량이 0건인데,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 적정수요인 월 3910가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전세 사기 우려가 확산하면서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수요가 소형 아파트로 몰린 점도 전셋값을 끌어올렸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빌라와 오피스텔이 피해 건수의 55.67%를 차지했다. 이에 비(非)아파트 임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됐고,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은 아파트로 유입되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1만2604건으로 3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비율이 27%였던 것에 비해 8%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전셋값 상승 폭도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새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 만기가 오는 8월 도래하기 때문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비아파트 기피 현상에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었지만, 입주 물량은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아파트 전셋값이 계단식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8월이면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며 "또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것을 대비해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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