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자국 기업에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외 기업엔 공공연하게 불이익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 형성기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추월하기 힘들다는 게 각국 정부의 공통된 판단이다.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스마트폰경쟁촉진법안을 이달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다른 회사보다 우선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기업의 앱 마켓 제공을 방해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법 위반 시 일본 내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하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대주주이자 시스템·네트워크 업무 위탁사인 네이버에 의존하면서 이용자 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용자 정보가 유출됐다고 본다. 일본에서 메신저는 물론 AI, 콘텐츠,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네이버를 경계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본엔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구입 등에 53억엔(약 465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박스 세제를 신설했다. AI 기술과 관련한 특허 및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하는 라이선스 소득 및 양도소득에 대해 최대 3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내 AI기업 관계자는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 공개되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스트랄AI(프랑스)와 알레프알파(독일) 등 유럽 대표 AI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미스트랄AI와 알레프알파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다.
AI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작년 10월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지침을 발표했다.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데이터에 불법 및 유해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사회주의 체제 전복, 국가 이미지 훼손, 국가 단결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국은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60일 안에 틱톡을 비중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법안에 지난 24일 서명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기면 사생활 침해, 안보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와 정반대다. AI산업을 주도하는 국내 플랫폼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대형 플랫폼기업을 겨냥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자 미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법안 추진을 저지하는 모습이다. AI 진흥 및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AI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보조금·세제 혜택 몰아주는 日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스마트폰경쟁촉진법안을 이달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다른 회사보다 우선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기업의 앱 마켓 제공을 방해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법 위반 시 일본 내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하는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대주주이자 시스템·네트워크 업무 위탁사인 네이버에 의존하면서 이용자 정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용자 정보가 유출됐다고 본다. 일본에서 메신저는 물론 AI, 콘텐츠,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네이버를 경계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본엔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구입 등에 53억엔(약 465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박스 세제를 신설했다. AI 기술과 관련한 특허 및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하는 라이선스 소득 및 양도소득에 대해 최대 3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내 AI기업 관계자는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 AI기업은 규제 제외한 EU
유럽 국가들도 자국 기업은 보호하고 미국 등의 빅테크를 규제하는 이중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AI법을 통과시켰다. 투명성 규칙을 도입해 고위험으로 판단되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공개와 위험 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하면 유형에 따라 글로벌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외부에 공개되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스트랄AI(프랑스)와 알레프알파(독일) 등 유럽 대표 AI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미스트랄AI와 알레프알파는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다.
AI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작년 10월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지침을 발표했다.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데이터에 불법 및 유해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사회주의 체제 전복, 국가 이미지 훼손, 국가 단결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국은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60일 안에 틱톡을 비중국 자본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법안에 지난 24일 서명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기면 사생활 침해, 안보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와 정반대다. AI산업을 주도하는 국내 플랫폼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대형 플랫폼기업을 겨냥한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자 미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법안 추진을 저지하는 모습이다. AI 진흥 및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AI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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