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마틴 파울러의 이야기다. 어리석은 개발자일수록 현란한 코딩을 자랑한다. 하지만 컴퓨터만 이해할 수 있는 코드는 죽은 코드다. 동료나 개발자 자신을 위해서는 최대한 간명한 코딩이 중요하다. 결국 양질의 코드는 단독이 아니라 공동 작업으로 달성할 수 있고, 지속해서 개선되는 코드가 경쟁력 있는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이어진다.
IT 서비스 발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발자와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한 서비스가 살아남았다. 1990년대 인터넷 대중화와 맞물려 성공한 이메일이 단적인 예다. 이메일은 기존 편지 대비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체감 비용을 영(0)에 가깝게 만들어 줬다. 2000년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보급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최종 사용자가 아니라 공급자인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인간 중심적 생각이 흐려지거나 주객이 전도되곤 한다. AI가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와 다른 무엇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 편향성, AI의 파괴적 위험성, 인간 지적 능력 저하 등 많은 논쟁이 벌어진다. 얼마 전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AI의 안전 및 보안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오픈AI의 샘 올트먼, 엔비디아의 젠슨 황,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만든 AI가 오히려 인간을 해치는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필자의 회사 역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항상 인간을 중심에 놓고 고민한다. IT 시스템 성능 관리 소프트웨어든, 빅데이터 플랫폼 및 분석 소프트웨어든, AI 기반 관제 소프트웨어든 모두 최종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고려해 개발한다. 최종 사용자와 그가 속한 기업, 더 나아가 산업까지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인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다는 확신이 필요한 과정이다.
2개월간 연재를 통해 AI 시대의 특징을 짚어 보며 전망을 밝혔다. 마무리하며 AI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다. 제아무리 인간보다 똑똑한 AI라도 인간을 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다소 부족한 AI라도 인간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다면 사랑받을 확률이 높다. 복잡한 기술 같지만,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로 세상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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