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SK온은 “적자의 질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며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내년엔 연간 흑자도 기대한다. 80%를 밑돌던 수율(합격품 비율)이 90% 중반으로 오른 데다 하반기 수요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AMPC는 작년 4분기 24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AMPC는 미국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배터리 셀에 ㎾h당 35달러, 모듈엔 ㎾h당 1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판매량이 줄면 보조금 규모도 그만큼 축소된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고객사들이 배터리 재고를 먼저 소진하면서 신규 판매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SK온은 “기초 체력이 탄탄해졌다”며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수율이 좋아지면서 제품 수익성이 높아져서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초만 해도 SK온의 북미와 헝가리, 중국 일부 공장 수율은 80%를 밑돌았지만 잇따른 안정화 작업 덕분에 90%대 초·중반으로 올라섰다. 국내외 8개 공장이 다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수율이 80%대에서 90%대로 올라서면 수익률은 큰 폭으로 개선된다”며 “SK온 공장이 정상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 규모도 커진다. 2분기엔 30GW 규모의 헝가리 3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 옌청 공장(33GW)도 연내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88GW였던 SK온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올해 말 151GW로 올라간다. ‘규모의 경제’가 생긴다는 의미다. 여기에 완성차업체가 보유한 배터리 재고가 줄어드는 점, 여러 고객사들이 하반기에 전기차 새 모델을 내놓는 점 등도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온은 흑자 전환이 절실하다. 2021년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상장에 실패하면 대주주 지분까지 묶어서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 ‘콜&드래그’ 옵션을 투자자에게 준 만큼 상장의 선결 조건인 흑자를 늦어도 내년에는 내야 한다.
다만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영향력이 커지는 있는 만큼 SK온의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점유율은 38.4%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높아졌다. SK온은 같은 기간 4.5%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캐즘 장기화 가능성과 SK온의 투자 여력이 경쟁 기업에 비해 낮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