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거리 오는데 700일 걸려" "가족 의혹 정리해야"…李, A4용지 10장 15분간 읽으며 작심 비판

입력 2024-04-29 18:42   수정 2024-05-07 16:42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영수회담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맞으며 “선거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를, 이 대표는 검정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평소 즐기는 우엉차와 한과, 과일 등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뒤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 대표가 첫머리 발언을 시작하면서 다소 심각해졌다. 이 대표는 취재진이 퇴장하려고 하자 “퇴장할 것은 아니고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 왔다”며 미리 작성해 둔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읽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여의도에서)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2년 만에 영수회담이 이뤄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행령 개정 등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씨 의혹을 거론했다. 이어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15분간의 첫머리 발언을 마치자 “평소 이 대표님과 민주당이 강조해오던 얘기여서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한 뒤 회담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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