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4'의 기록적인 흥행과 함께 극의 모티브가 되는 실제 사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젊은 프로그래머들에게 "해외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속인 후, 노동력을 착취하며 해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모습이 9년 전 충격을 안긴 '파타야 살인사건'과 흡사하다는 반응이다.
'범죄도시4'는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과 그 돈을 불법 환전하는 코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경이 태국 파타야에서 필리핀으로 바뀌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다는 점, 사이트 운영자가 폭력 조직이라는 점에서 파타야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파타야 살인 사건은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 한 고급 리조트 단지 차 안에서 20대 프로그래머 임동준 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임씨를 살해한 건 현지에서 불법 도박 업체를 운영한 사장이었고, 기업화된 불법 도박 업체들이 취업난과 저임금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들 업체가 한국의 조직 폭력배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들은 임씨에게 "월 600만원에 고급 숙박 시설을 제공한다"면서 그를 태국 파타야로 데려왔다. 그러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 설계와 운영을 맡겼고, 프로그램 개발이 지연되면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임씨와 함께 불법 사이트 운영을 하던 다른 프로그래머 김모 씨는 주태국 한국대사관으로 도망치면서 탈출에 성공했지만, 임씨는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러 차례 폭행이 누적된 상태에서 임씨는 사망했다. 생전에 찍힌 CCTV 영상에서도 임씨를 툭툭 치는 일당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일당이 임씨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던 파타야 현지 한인들도 그가 붕대를 감거나 폭행당한 상흔이 심한 채로 들어왔다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총책임자였던) 김모 씨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일에 끌어들였다고 밝히면서 이후 과정에 대해 증언하려 했지만, 충격이 가라앉지 않아 힘들 거 같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건은 '범죄도시4'에 앞서 SBS '모범택시'에서도 소개됐다.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가 해외 취업을 했다면서 사라진 아들을 찾는 아버지를 위해 베트남의 가상 도시로 떠나 일당을 척결한다는 설정이었다.
한편 임씨가 사망한 사건 이후 김씨의 공범 윤씨는 태국 현지 경찰에 자수했고, 2016년 현지 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2년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고, 대법원은 올해 1월 윤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공범과 함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씨 역시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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