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최대 호황이에요. '제2의 유커(중국인 관광객) 붐'이 오는 듯합니다."
30일 제주도의 한 호텔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유통·레저업계가 한·중·일 '슈퍼 골든위크'를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본 황금연휴(4월 27일~5월 6일),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를 맞아 18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서다. 여기에 어린이날 연휴(5월 4~6일)를 맞아 국내 소비 심리도 살아나면서 호텔, 백화점 등은 각종 마케팅을 통해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도 이 기간 객실료가 평소보다 10만~12만원 비싼데도 예약률이 80%를 웃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 초 춘제(중국 설) 때만 해도 중국인 단체관광 규제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특수를 못 누렸는데, 이번엔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줄줄이 매진되는 등 중국인 관광객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용 카지노가 있는 인천 영종도에도 일본·중국 VIP들이 몰리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골든위크 기간 전체 객실의 90% 이상이 찼다. 이 중 절반은 외국인 투숙객이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특히 일본에서 카지노 큰손들이 많이 오고 있다"며 "1박에 1000만~2000만원짜리 스위트룸과 풀빌라도 외국인 예약으로 꽉 찼다"고 했다. 최근 파라다이스시티 인근에 카지노를 연 모히건 인스파이어도 연휴 기간 내외국인 수요로 객실이 '완판'됐다.
백화점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일본 황금연휴 시작에 맞춰 지난 26일부터 '명동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자체 캐릭터를 이용해 명동 일대를 꾸미고,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K디저트 팝업스토어도 만들었다. 그 결과 최근 일주일간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1년 전보다 2배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코스'로 꼽히는 여의도 더현대(785.4%), 신세계백화점 본점(309%)도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 감소로 고전하던 면세점들은 간만의 특수를 노리고 쇼핑 지원금 제공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방한 관광객 2000만명 달성'도 결국 일본과 중국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기준 연간 방한 관광객에서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미주 등 신흥 시장에서 관광객이 많이 오고 있지만, 결국 중국·일본 관광객이 얼마나 회복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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