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여기서 더 떨어지긴 어렵죠", "하이브에 투자할 생각 있다면 지금 사셔야 해요".
'산하 레이블 대표와의 폭로전'부터 때 아닌 '사이비·사재기' 의혹까지 하이브에 악재가 물밀듯 몰려온 지난 29일. 주가 향방을 묻는 기자의 전화에 증권가 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그럼에도 "매수 적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안 그래도 '어도어 사태' 이후로 하이브의 수급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뉴진스는 계속 잘 나간다"는 믿음 아래 주가가 내릴 때마다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모은 건데요. 이들의 '줍줍'(주워 담는다는 뜻)은 현명한 선택이었을지 주목됩니다.
어도어는 인기몰이 중인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레이블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5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찬탈을 의도·계획한 적 없다"고 반박했고 같은 날 하이브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민 대표의 거부 의사에 따라 당초 지난 30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는 무산됐습니다. 결국 양측 갈등이 법원의 임시주총 허가 여부로 갈리게 된 겁니다. 법적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두 달이 걸릴 예정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이브를 둘러싸고 사재기·사이비 의혹도 터져 나왔습니다. 7년 전 이슈몰이를 했던 방탄소년단(BTS)의 '사재기'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가 하면 하이브가 사이비 종교와 연관됐다는 설도 제기된 것인데요. 이에 하이브는 "BTS 명예를 훼손하고 음해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여럿 감지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별주 거래를 하기보다는 여러 기업을 한꺼번에 사고 파는 '바스켓 매매'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용자금 단위가 크지만 국내 기관들만큼 종목 사정을 일일이 파악하면서 매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좋게 보는 업황의 대표 주식들에 묶음 단위로 돈을 넣거나 빼는 겁니다. 때문에 대장주나 업황에 불확실성이 발생하면 그 업종 소속 기업들에서 한 번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동학개미(국내 증시에 투자한 개인)들은 반대로 '저점 매수의 시기'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80% 지분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뉴진스라는 대형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이브가 민 대표의 사임만을 추진할 뿐 뉴진스 IP는 영구적으로 자사 레이블에 귀속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짙었습니다.
이는 학습된 매수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6월 초 에스엠은 그룹 엑소의 백현, 시우민, 첸과 전속계약 분쟁이 불거지며 하루 7% 넘게 급락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양측이 합의를 봤고 주가가는 하락분을 만회하고도 초과하는 상승세를 탔습니다.
주주들은 포털 등 종목 토론방에 "하이브 19층(19만원대)에 사려고 계속 지켜보다가 계속 안 내려와서 20만원 수준에 샀다. 그래도 잘 산 것 같다", "없던 일로 해줄 테니까 주주들을 위해 둘이 극적으로 화해해줘라", "그동안 너무 비싸서 못 샀는데 이게 무슨 기회야" 등 의견을 올렸습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회복만 남았던 엔터 업황에 하이브가 찬물을 끼얹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이브가 이번 일로 오히려 오너십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브가 자사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우려를 확인한 만큼 자회사 단속을 더 단단히 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유 연구원은 "대형 엔터주 가운데 멀티 레이블 체제를 취하고 있는 곳은 하이브뿐이어서 업종으로 번질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며 "엔터 빅4 중에서 여전히 하이브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며 지금이 매수하기 가장 좋은 가격대"라고 전했습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재기와 사이비 등 이슈는 과거 팬덤 사이에서는 한 번씩 거쳐갔던 내용들이다. 팬덤 간의 경쟁이 심해질 때는 한쪽 팬덤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데, 증권가에서는 이 시기를 '정점'으로 본다"며 "팬덤도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결속력을 다지기 때문에 사태만 매듭지어지면 오히려 하이브를 넘어 케이팝 시장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이브가 직면한 사태들에 민감하게 대응 중인 것도 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2016년 스펙업애드와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낸 논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업가치 변동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소속 가수의 연애와 부상, 범죄 연루 등 사건에 대해 소속사가 공식 대응을 했는지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소속사에서 공식 대응하지 않은 경우 모든 이벤트 구간에서 1% 이상의 주가 추가 하락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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