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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이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발언 6만여 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기조로 선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Fed 위원들은 통화 긴축을 완화하겠다고 시사했지만,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2022년 5월부터 이달까지 Fed 주요 위원들의 발언 6만여 건을 자연어처리(NLP)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 결과 Fed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입장에서 이달 들어 매파적 입장으로 뒤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통화정책 신호를 해석하는 데 천착한 엘렌 미드 듀크대 교수와 NLP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Fed 심리지수'를 개발했다. Fed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Fed의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서 파월 Fed 의장은 "제한적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주는 게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이처럼 금리 인하 보류를 시사하는 발언이 기점이 됐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작년 12월부터 Fed 위원들의 발언은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암시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매파적 발언이 앞으로 더 쏟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1년 전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3%대 이상 상승하며 예측을 벗어났다. 인플레이션도 둔화하는 추세를 벗어나 반등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제이슨 퍼먼은 SNS에 "실질 경제는 매우 건전하지만, 명목 경제지표는 여전히 과열된 상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두고 현대통화이론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가계의 이자소득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Fed의 고금리 정책이 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되레 감소했다.
미국의 잠재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처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유지해서는 현재 경제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실제 지난 3년간 외국인 노동자 수백만 명이 미국에 유입되며 노동력이 급증했다. 미국 정부도 자국 내 생산기지 투자를 지원하는 중이다. 다만 실제 경제 수치로 이러한 현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Fed의 발언이 미국 경제를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이 작년 12월부터 피벗을 시사하자 가계와 기업들이 선제 대응했다는 이론이다.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연설을 공개한 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7%에서 한 달간 연 4.1%까지 내려앉았다. Fed 위원들의 입에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방증이었다.
이달 들어 Fed가 피벗을 일시 보류한다는 발언을 내놓자 시장이 출렁였다. 후속 발언과 무관하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다시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금리 인하 폭을 1.6%포인트일 것이라고 예측했던 전망치는 0.35%포인트로 축소됐다.
시장에선 Fed 발언 탓에 앞으로 더 큰 충격이 시장에 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6월과 7월 FOMC 그리고 8월 잭슨홀 연례 심포지엄에서 파월의 발언을 주시해야 한다"며 "이번 달 Fed가 시사한 바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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