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총선에서 점화한 위기의식에 뿌리내리고 있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마음을 잡지 못해 총선에서 졌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어서다. ‘자유 민주주의 수호’ ‘범죄자·운동권 심판’ 같은 슬로건만으로는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게 이미 총선에서 증명됐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국민의힘 인사는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25만원’이라는 현금성 복지 공약으로 눈길을 확 잡아끈 게 사실”이라며 “근본적으로 자산 증식과 경제적 번영을 꾀할 수 있는 정책으로 차별화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여당도 총선 막바지엔 중도층을 겨냥해 경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5세부터 무상 보육, 세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 상향 등의 공약이 줄줄이 나왔다. 그러나 “야당과 별 다를 바 없다”는 혹평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공약이 대부분이었다”며 “야당 공약이라고 해도 헷갈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민심을 다시 얻으려면 지금이라도 차별화한 경제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당의 한 원외 조직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기업 밸류업 등 투자자들이 바라는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도 무게를 싣지 못했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다른 경제 공약들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고, 구구절절 효과를 설명해야 하니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
2008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81석을 얻어 대승을 거뒀다. 그 바탕에는 ‘뉴타운’이라는 선명성 짙은 경제정책이 있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규제 개혁과 젊은 층의 자산 축적 등 아젠다를 과감하게 던지고, 실행력을 보여주는 게 앞으로 여당이 갈 길이라는 시각이 많다. 보수의 기본 가치는 지키되 ‘자산 불려주는 경제 정당’의 면모를 갖춘다면 ‘중·수·청’의 지지도 어느 정도 따라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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