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부터 국내 상장사들은 기후 변화에 따라 기업이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재무적 위험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카카오를 주요 제품 원료로 쓰는 식품기업이라면 지구온난화에 따라 원료 가격이 요동쳐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미리 알리는 식이다. ESG 공시에서 산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히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방법은 결정이 일단 보류됐다.
KSSB는 각종 ESG 사안 중 'E(Environment·환경)'에 해당하는 기후 관련 내용부터 ESG 공시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후 관련 사안은 다른 ESG 주제보다 정량화가 보다 용이하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란 게 KSSB의 설명이다.
기업이 자사 사업모델이나 가치사슬, 재무 상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후 관련 리스크(위험)와 기회 요소를 찾아 각각의 예상 영향과 자사 대응 전략을 알려야 한다. ESG 공시 단위 보고 기간인 1년간 정보만이 아니라 단기·중기·장기별 데이터를 담아야 한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라면 ESG 공시도 연결 실체를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기업이 기후 외에 생물다양성 등 다른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을 공시하고자 할 경우에도 내용을 선택해 공개할 수 있다.
KSSB는 이날 스코프3 공시를 어떻게 도입할 지에 대해선 기준 초안이 아니라 최종 기준 단계에서 정하기로 했다. 의무화 여부와 시기 모두 따로 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KSSB는 이날 공개한 초안을 바탕으로 기업과 회계법인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최종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오는 6월 최종기준 발표가 예상됐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약 1개분기 가량을 더 들이기로 했다.
새 ESG 공시 기준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육아 친화 경영, 산업안전 등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선택해 공시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문제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기업에 굳이 추가적인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다는 의견, 기업이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정보를 알려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선택공시 사항이긴 하지만 ESG 공시 대상 첫 타자가 될 수 있는 대기업 그룹의 경우엔 아무래도 아예 작성을 하지 않기가 눈치가 보일 수 있다"며 "국가적 주요사안인 육아친화 경영 등을 두고 한 기업이 자세한 공시를 낼 경우 다른 기업도 '따라가기' 식으로 사실상 공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로 ESG 공시 도입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당국은 2026년 이후부터 도입을 전제로 공시 시작 시점을 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KSSB는 다음달부터 오는 8월31일까지 4개월간 공개초안에 대한 의견을 조회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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