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국민의힘 후보가 노정현 진보당 후보를 누른 부산 연제가 대표적인 예다. 네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평균 37.5%, 노 후보는 56.7%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노 후보가 19.2%포인트의 큰 표 차로 김 후보를 누른다고 예측된 셈이다.
하지만 선거에선 김 후보가 54.4%를 득표해 45.6%에 그친 노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편차가 28%포인트에 달했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부산 해운대갑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는 주 후보가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평균 9.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9.1%포인트 차로 주 후보가 당선됐다. 오차는 18.2%포인트였다.
선거 여론조사는 수도권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들의 선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네 차례 여론조사가 이뤄진 서울 도봉갑에선 안귀령 민주당 후보가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평균 9.6%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는 김 후보가 1.2%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여론조사와의 오차는 10.8%포인트였다.
공영운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이 격돌해 2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가 실시된 경기 화성을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공 후보에게 평균 15.5%포인트 뒤졌다. 하지만 총선에서는 2.7%포인트 차로 이 후보가 승리했다. 오차는 18.2%포인트였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선거캠페인을 아무리 잘해도 15%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1~2주 사이에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김재섭 후보가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온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공통으로 과대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이 보수 지지자들보다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2%포인트 이내로 승부가 갈린 접전지 14곳의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자가 과표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1.2%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기 하남갑에서 실시된 다섯 차례의 여론조사는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지지자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지자보다 20% 이상 더 많이 참여했다. 총선 다음날 새벽까지 접전을 벌인 경기 수원정에서도 여론조사에 민주당 지지자가 13~15%가량 더 많이 응답했다. 2월 26~2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가 1.55배나 더 많이 참여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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