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전세사기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특별법을 5월 안에 강행 처리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기조 전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며 “무조건 5월에 임시국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두 법안을 포함해) 이태원특별법도 21대 임기 안에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에 관해 조율이 없으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합의된 민생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면 (본회의를) 열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쟁점이 많은 법안을 무리하게 임기 말에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라고 못 박았다.
국회 본회의는 통상 여야 원내대표 간에 합의를 거쳐 일정을 정한다. 국회 관계자는 “본회의는 관례상 여야 합의를 통해 열려왔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최종 결정은 국회의장 몫”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단독 본회의 개의’ 강행 관련 질문에 임 원내대변인은 “국회법에 의거해 5월에 두 차례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를 해야 한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정복·윤영덕·민형배 등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 개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2일 본회의를 개의하고, 23일이나 28일에 본회의를 한 번 더 열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 외에도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법 △제2양곡법 등을 21대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영수회담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입법 강행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영수회담에 배석한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서) 총선 민의를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민주당은 나라를 나라답게 바로 세우기 위해 구상하는 입법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까지 22대 국회 당선인 149명을 모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반노동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최저임금 차등 실시 거론 등을 비판했다.
한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사무처 당직자 조회에서 “민주당은 확고한 협력 관계이자 생산적 경쟁 관계”라며 “우리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민주당에 합당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조 대표가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이 1호 법안으로 내세운 ‘한동훈 특검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원종환/배성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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