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좌석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국내 항공사들이 앞다퉈 띄우고 있다. 일본, 동남아시아 등과 비교해 여객 수요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항공사들이 중국행 노선을 늘리는 이유는 ‘운수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권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에서 출발하는 정저우·장자제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코로나19로 운항을 중단한 2020년 1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톈진 노선을 시작으로 시안·충칭·선전행 비행기를 곧 띄울 예정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중국 노선 재운항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스자좡 노선과 무안~장자제 노선을, 티웨이항공은 인천~선양·지난·원저우 노선 운항을 곧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노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은 물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대규모 여행객인 ‘유커’ 수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7월 반간첩법을 시행한 뒤 관광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심화하며 기업의 탈(脫)중국 행렬로 비즈니스 수요까지 감소했다.
인천발 베이징행 왕복 항공권 가격은 이달 말 기준 25만원대다. 도쿄행 항공권(40만원대)보다 15만원가량 더 싸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행 비행기 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평일 기준 일부 비인기 노선은 탑승률이 30~40%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노선 여객은 286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413만 명) 대비 69% 수준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 항공사들은 운수권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노선을 잇달아 늘리고 있다. 운수권은 항공사가 타국에 항공기를 보내 여객 및 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다.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중국 운수권을 유지하려면 항공사는 연간 10~20주 이상 비행해야 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비성수기에는 중국 노선을 운항하며 운수권 조건을 충족하고 성수기에는 여객 수요가 많은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비행기를 탄력적으로 늘려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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